"안보·경제·복지에 대해 생각 같이할 수 없는 부분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7일 오전 서울대에서 IMF 이후의 한국경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는 7일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와 바른미래당이 가는 길이 초점이랄까 방향이 조금 맞지 않다는 괴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서울대 경제학부 특강에 이은 질의응답에서 “바른미래당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고 중도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과 안보와 경제, 복지에 대해 생각을 같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괴롭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당이 어디로 가는지 밝히지도 않은 채 자유한국당을 대체하겠다고 하면 안 통하겠죠”라고 말했다.

이는 “바른미래당 안에서 개혁보수가 얼마나 이뤄질지 불안하다”는 지난달 29일 연세대 강연에서의 발언보다 한층 수위를 높여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비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 전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유발한다.

다만 유 전 대표 측은 뉴스와 통화에서 “유 전 대표가 괴로움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유 전 대표는 “야당 시절에 정치에 뛰어들어 보수정당에 계속 있었는데 지금도 진보의 합리적인 가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보수도 시대에 맞게 새로운 보수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혁보수’”라고 본인의 정치적 지향점을 설명했다.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지만 제일 답답하고 아쉬운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뭐냐는 것”이라며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선거에 나가 이기려고 노력하는 건데 바른미래당이 하나의 정치적 결사체로서 정체성이 문제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에 대해서도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하니까 이 사람들이 더 정신을 못 차리고 안 바뀌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우리 정치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저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논의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결의안에 대해선 “그 자체에 대해 평가하기보다 그동안 보수 정치권과 한국당이 친이(친이명박), 친박, 비박 등 계파로 나뉘어 과거 문제로 갈등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건강한 보수의 재건을 위해 과거보다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국회 일정을 제외한 대외 활동을 자제한 유 전 대표는 “정치인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새해부터는 중요한 국가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오는 17일 대구에서 열리는 현장 최고위 회의에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 전 대표는 이날 특강 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이 민주당과 한국당의 선거제 개혁을 뺀 예산안 합의에 반발해 농성에 나선 것과 관련, “당초 당 안에 예산안과 선거제를 연계하는 문제에 의견이 엇갈렸는데, 저도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심의하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안 연계처리를 주장해 온 현재 당 지도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견해다.

그는 다만 “이 부분은 선거제도에 대해 한국당이나 민주당이 원내대표들끼리 약속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정기국회 막바지에 이렇게 서로 간에 신뢰가 깨지게 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책임에 대해서는 저도 비판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오후에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선거제 개편 합의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손 대표를 방문, “갑자기 단식하셔서 깜짝 놀랐다. 단식은 너무 힘드신 방법 같아서 말리고 싶어서…”라며 “단식 빨리 좀 안 하시도록 만들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선 “3당 원내대표가 국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를 언제까지 어떻게 꼭 만들겠다는 원칙적 합의라도 해서 예산은 예산대로 오늘 빨리 처리하면 좋겠다”며 “본회의 참석 여부는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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