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유족, 유서 공개
"내가 안고 간다…모두에 관대한 처분 바라"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7일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건물의 현장에 추모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있다. 연합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지난 7일 투신해 숨진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유서에서 자신의 주변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된 데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 전 사령관의 법률 대리인인 임천영 변호사는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 전 사령관의 유서를 공개했다.

유서에서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 부대원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 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해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썼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심사를 담당해 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검찰 측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족, 친지, 그리고 나를 그동안 성원해 준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한다.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60평생 잘 살다 간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임 변호사는 유서를 낭독한 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다른 억측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족 뜻에 따라 유서를 공개했다”며 “고인도 유서 공개를 원할 거라는 유족 측의 판단에 따라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은) 사심 없이 일했는데 이런 식으로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몹시 괴로워했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는 매우 좋아했는데, 그 이후 검찰이 또 영장을 청구하거나 수사를 본인의 주변 사람으로 확대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누누이 말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은 40년 군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새로운 개인 사업을 추진하려 했는데, 검찰 수사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며 “이 전 사령관이 몸을 던진 곳도 함께 사업을 진행하려던 지인의 사무실이었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이 손으로 쓴 A4용지 2장짜리 유서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족 등을 위한 별도의 유서는 없다고 임 변호사는 덧붙였다.

이 전 사령관은 전날 오후 2시 48분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의 한 오피스텔 13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2013년 10월부터 1년간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한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른바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세월호 유족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달 3일 “구속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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