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가운데 지난 6년간 거침없이 치솟던 커피 수입량이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와 카페 시장의 최강자로 평가되는 동서식품과 스타벅스의 성장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런 이상 신호를 놓고 몇 갈래의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커피 시장이 마침내 ‘천장’에 도달하면서 양극화가 진행 중인 것 같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커피 수입량 6년 만에 줄어드나…연말 수입량 ‘변수’

커피 산업이 포화 한계치에 다가갔다고 의심되는 신호는 커피 수입량 증가세가 멈췄다는 점이다.

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커피(HS코드 0901.11) 수입량은 12만1천19.1t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2천122.5t보다 1천103.4t 줄어든 규모다.

이 통계에서 커피 수입량이 줄어든 것은 2012년 이래 6년 만에 처음이다.

매년 1∼10월 커피 수입량은 2012년 8만2천446t을 기록한 후 2013년 8만6천991.9t, 2014년 10만4천308.6t, 2015년 10만6천. 3t, 2016년 11만5천837.4t 등 꾸준히 늘어왔다.

이 같은 추세는 연간으로 따져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1∼12월 커피 수입량은 2012년 9만9천751.4t을 필두로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14만6천445.9t에 달했다. 올해 1∼10월 12만1천여t과 비교하면 2만5천여t이 차이가 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두는 로스팅 전 생두 상태에서 보관만 잘 하면 품질 변화는 없어 보통 2개월분의 재고를 둔다”며 “원두는 연중 소비하기 때문에 연말 11∼12월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수입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한 사정이 생겨 이달 수입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는 한, 연간 커피 수입량도 꺾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메이저’들 승승장구…“올해 원두 수입 안 줄여”

커피 수입량이 이처럼 꼭짓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정작 시장을 주도하는 ‘큰 손’들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점이 이례적이다.

커피 업계에서는 ‘맥심’과 ‘카누’ 브랜드로 잘 알려진 동서식품이 원두 수입량의 절반 가까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올해 들어 특별히 원두 수입량이 줄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은 2011년 10월 인스턴트 커피 ‘카누’를 내놓은 이래 이 부문에서 8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1천960억원으로, 2천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업체인 남양유업 관계자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원두 사용량에 큰 변화가 없다”며 “오히려 수출 물량 때문에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분야 1위 스타벅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벅스는 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낸 이래 2014년 740개, 2015년 869개, 2016년 1천개, 지난해 1천140개를 거쳐 지난달 말 현재 1천240개 등으로 빠르게 매장 수를 늘려나갔다.

매출액 역시 3년 연속으로 1조원이라는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해도 스타벅스 매장 수는 1천250개까지는 쉽사리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극화의 서막?…피해의 맨 앞줄은 소상공인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영세한 ‘후발주자’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장을 맡은 장수청 미국 퍼듀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현재 부채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개인 가처분 소득이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반적인 소비에 문제가 생겨 상대적으로 고가인 커피가 우선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가 줄어들면 ‘먹고 사는 것’ 외에는 다 줄여나가게 돼 있다”며 “당분간 경제가 회복되기 전에는 커피 소비가 이전처럼 급속도로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어느 영역에서나 소비가 정체되면 경쟁력이 있는 곳은 더욱 경쟁력을 발휘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사라진다”며 “시장이 성장하는 중에는 작은 브랜드도 커 가지만, 정체된 후에는 이 같은 양극화가 잘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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