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흉내 내는 자.
너무도 완벽하게 흉내 내서
고통까지 흉내 내기에 이른다
정말로 느끼는 고통까지도.

그가 쓴 걸 읽는 이들은,
얽힌 고통 속에서 제대로 느낀다,
그가 느꼈던 두 가지가 아닌,
그들이 못 가진 한 가지만을.

그리고 그렇게 궤도를 따라 돈다
우리의 이성을 즐겁게 하면서,
마음이라 부르는
이 태엽 기차가.

*Autopsicografia : 페소아가 만들어낸 말. ‘자아 분석’ 정도의 뜻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감상>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의 시인은 시인을 정의하기를 ‘정말로 느끼는’것 뿐만 아니라, 남의 고통까지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자라고 합니다. 흔히 시인은 장례 때에 남의 슬픔을 대신 울어주는 곡비(哭婢)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남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시의 진정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흉내내기는 거짓말이 아닌 시적 진실을 동반하기에 독자들은 자신이 못 가진 진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좋은 시가 독자들에게 마음의 태엽을 감고, 이성과 감성의 궤도를 따라 멈추지 않고 즐겁게 돌기를 염원해 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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