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박관리센터, 지난해 상담자 2000명 중 60명이 청소년
'돈을 따지 않을까' 기대감 이유 가장 많아…도움 요청 1336번

지난해 경찰이 적발한 조직폭력배 운영 불법 도박사이트.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지난 2016년 불법도박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재미로 1만 원을 투자해 3만 원을 벌었던 A군은 무려 7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따면서 도박에 매료됐다. 하지만 모든 돈을 잃은 A군은 인터넷 중고물품 판매사이트에 자신의 옷을 판매하며 돈을 마련했다. 이후 중고물품 판매 사기부터 차량털이 등 범죄 행위까지 벌여 도박 자금을 마련, 2년여 동안 3000여만 원을 탕진했다.

40여 년 동안 도박판을 전전했던 B씨는 소유하고 있던 300평의 땅과 건물, 가족을 모두 잃고서야 도박을 끊었다. 앞서 자영업을 하며 적잖은 돈을 벌었던 탓에 계속 도박을 했다. 한때 도박으로 거액을 벌어 집을 마련했던 기억도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결국 B씨는 도박중독 치료센터를 찾았고 노력 끝에 3년째 도박에 손을 데지 않고 있다.

경북·대구 지역 내 도박중독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터넷으로 쉽게 불법도박을 접할 수 있는 탓에 청소년까지 도박에 빠져드는 실정이다.

11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이하 대구도박관리센터)에 따르면 유병률은 전체 인구 중 특정 장애나 심리 상태 등을 지닌 인구수를 적용한 비율인데, 16개 시ㆍ도 중 지역별 도박중독 유병률은 경북이 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세종이 6.7%, 서울 6.6%, 경기도 6.5%, 대구가 5.5% 순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이 5.3%인 것을 고려하면 경북과 대구 지역의 도박중독 수준은 심각하다.

지난해 대구도박관리센터를 찾은 도박중독 상담자만 2000명이 넘는다. 이 중 청소년도 3%의 비율을 차지했다.

청소년들은 도박하는 이유로 ‘돈을 따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호기심’, ‘재미’ 등을 이유로 시작했다가 도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대구도박관리센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박중독을 예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기에 도박을 접한 것이 성인이 된 이후 도박중독으로 가는 관문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박중독자 대부분이 경제파탄을 겪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후 상담을 요청하기 때문에 예방교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난희 대구도박관리센터장은 “중독에 빠졌다가 회복한 한 청년은 어머니로부터 ‘네가 차라리 아들이 아니라 남편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며 “자식이라 인연을 끊지 못한 어머니의 한탄인데, 그만큼 도박은 경제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까지 피해를 주는 사회적 문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 자녀나 가족이 도박중독으로 의심되면 1336번으로 꼭 연락하기 바란다“라며 “365일 24시간 무료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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