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의료인 면허 없이 코에 침을 찔러 넣어 피를 뽑는 사혈 요법을 시행한 60대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8형사단독 오병희 부장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5)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일 중풍 예방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B씨의 콧속에 세밀한 침을 찔러 넣어 종이컵 반 컵 분량의 피를 뽑는 사혈 요법을 해주는 등 2016년 12월 31일부터 지난해 7월 17일까지 40차례에 걸쳐 환자들의 허리와 다리 등에 침을 놓아주는 등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변호인은 처벌 근거 조항인 의료법 제8조 제1항 제2호 등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임 금지 원칙에 반하는 위헌법률이어서 무죄이고, 수지침용보다 작은 극히 가늘고 세밀한 침을 사용해서 인체 침습의 정도가 미미해 사회상규에 위배 되지 않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 또는 무면허 의료행위자에 의한 약간의 부작용도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치료결과에 관계없이 처벌하는 이 법의 규제 방법은 ‘대안 없는 유일한 선택’으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의 시술이 단순히 수지침 정도의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습을 수반하는 점, 노령 환자의 경우 시술 행위로 인한 부작용이나 위험 발생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의료법을 포함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오 부장판사는 “이 사건 시술 직전에 같은 내용으로 형사 처벌을 받았는데도 무시하고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시술을 계속했고, 동종의 의료 관련 처벌 전력이 수차례 있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시침의 크기 등에 비춰 시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의 위험성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고, 현재까지 피고인의 시술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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