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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규 문학평론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은 먹을거리, 굿거리, 볼거리를 무엇보다 중시 여겼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먹을거리 자랑이요, 굿거리 자랑이고 볼거리 자랑이다.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추위로부터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두껍게 껴입는다. 그런 사람들과는 달리 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육칠월 검푸르렀던 그 무성한 잎들을 하나 둘 떨쳐 버리고 가지만 앙상하게 매달고 서 있다.

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떨쳐버린 낙엽이 땅 위에 쌓여 뒹군다. 그 낙엽들의 손짓에 길 따라 삼봉산으로 나들이를 갔다. 삼봉산자락 낙동강 물에 흠뻑 젖어 하늘거리는 언덕 위 경천대에 올랐다.

경천대는 낙동강이 가로 지르는 상주에 있다. 상주에는 경천대가 아니고도 먹을거리, 굿거리가 많다. 구경거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상주는 낙동강의 물길 따라 펼쳐지는 비옥한 토양의 들(野)이 있다. 옥토의 기운을 받아 생산되는 쌀은 예로부터 경북의 대표적인 농산물로 유명했다. 요즘은 쌀 못지않게 감도 유명하다. 감을 깎아 말린 상주곶감하면 너도나도 군침을 삼킬 정도로 입맛을 끌어모은다. 뿐만 아니라 물 좋고 산이 좋은 청정한 환경에서 키운 한우(韓牛)고기 또한 국내 최고요, 알알이 박힌 포도는 고랭지라서 단맛 좋고 진한 향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락동 농수간물시장에서 주름잡는 오이도 일품이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과도, 배도, 복숭아도, 세송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사과하면 상주 할 정도다.

이렇듯 먹을거리로는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굿거리로 신라 화랑들의 함성과 광야를 질주하던 말굽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지는 곳, 화령장 전투 전승 재현, 녹색자전거 대행진 등이 대표적인 굿거리다.

볼거리로는 한국 최초의 불교 음악 법패 보급지, 노악산의 품에 안겨 있는 남장사, 나옹화상이 창건했다는 갑장사가 있다. 그를 둘러싸고 상사바위가 숲속에서 자태를 드러내고, 문필봉과 구룡연이 있다. 또 용흥사, 북장사가 있다. 동학교당과 그 안에 있는 유물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구경거리다.

상주에는 인물의 고장답게 우복 정경세 선생의 종가로서 목조와가 전통한옥인 우복 종가를 비롯한 양진당, 오작당, 수암종택, 의암종택, 함창향교, 상주향교, 옥동서원, 흥암서원, 도남서원, 퇴강성당이 있다. 그 외도 임란 북천전적지, 충의사, 존애원이 있다. 또 상주는 한반도의 중요한 군사적 전략적 요충지로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후백제를 세운 견원이 군사를 양병했다는 화북면 장암리에 650m 길이에 높이 7~15m의 돌로 쌓은 견원 산성이 오랜 세월의 풍파를 간직한 채 볼거리로 남아 있다. 또 백화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내리뻗은 능선을 따라 신라 무열왕이 백제를 정벌할 때 세웠다는 금돌산성이 있다. 그 외도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볼거리가 사벌면 삼덕리의 경천대다.

경천대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 낙동강 물이 멈추어 있는 듯 흐르고 절벽을 이룬 바위와 바위 사이에 간신이 내린 뿌리에 의지하며 살아 숨 쉬는 노송이 있다. 노송의 거친 숨소리가 낙동강의 한을 말해 주고 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불모로 끌려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의 아픔을 안고 낙향한 채득기 선생이 은거했다는 무우정이 있다. 무우정의 경천대는 임진왜란 당시 정기룡 장군이 육전으로 왜군과 싸워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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