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은 평등한 권리를 갖기 위해 봉기했던 1789년의 대혁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은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 유명한 사상가들에 의해 약 반세기에 걸쳐 배양됐다. 이들 가운데서도 루소의 문명에 대한 격렬한 비판과 인민주권론이 혁명사상의 기초가 됐다.

당시 프랑스는 신권왕정 밑에서 모든 국민이 단순히 국왕의 신하에 불과했다. 그 위에 소수의 귀족·성직자들만이 별도의 특권신분을 구성하고, 국민의 90%를 차지한 평민층의 근로와 납세에 기생하면서 무위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는 누가 봐도 명백한 모순이었다. 이렇게 해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던 것이다.

프랑스 국민이 또 다른 혁명을 꿈꾸고 있다. 교통사고에 대비해 모든 차에 의무적으로 두게 돼 있는 형광색 ‘노란조끼’를 입은 시위대가 파리 등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란 조끼’는 서민을 상징한다. 노란조끼 시위는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조치로 촉발됐다. 바뀐 세금정책에 따라 경유 값이 올해 24% 올랐고, 내년에 또 45% 오르게 되자 사람들이 시위에 나섰다.

4주 째 시위가 계속되자 마크롱 정부가 마침내 유류세 인상을 철회했다. 하지만 유류세 철회 이후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시위대의 목표는 유류세가 아니라 그들의 구호처럼 ‘빵 부스러기가 아닌 바게트를 통째 원하는’ 소득 불평등 문제로 옮겨 붙고 있다. 소득 불평등 심화는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란조끼’의 분노는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전 세계사람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다. 노란조끼 물결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인접 국가 도시들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한국은 프랑스 보다 더 심각한 소득 불평등 국가다. 상위 1%의 소득은 하위 40%의 소득을 합친 것 보다 더 많다.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심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 소득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노란조끼는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공통된 해결과제인 ‘소득 불평등’ 문제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것이다. 소득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이나 미국 등에서도 언제든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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