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에 사랑의 온도계마저 얼어붙은 것인가. 2018년 연말 팍팍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듯 이웃돕기 온정마저 식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살을 에는 추위에 기부 한파까지 겹쳐 우리 사회의 약자들인 빈곤층의 겨울 나기가 더욱 힘겨워 진 것이다.

세모(歲暮)의 쓸쓸하고 삭막한 풍경은 ‘사랑의 온도탑’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경북과 대구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달 20일부터 ‘희망 나눔 캠페인’에 들어갔는데 예년 같지 않게 썰렁한 분위기다. 캠페인 20여 일이 지났지만 12일 현재 대구 사랑의 온도는 12.6℃, 12억6000여만 원에 머물고 있다. 목표액의 12%를 조금 넘었다는 것이다. 대구의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30여억 원이 모금된 것에 비하면 42%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올해 대구의 목표액은 99억8900만 원이다.

경북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라지만 아직 온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경북은 12일까지 32억 원이 모금돼 21℃를 기록했다. 목표 금액 152억 원에는 아직 까마득히 멀었다. 지난해 경북의 같은 기간 기부금은 33억3000만 원으로 올해보다 더 많았다.

모금회와 함께 모금활동을 펴고 있는 구세군도 사정이 비슷하다. 1일부터 경북과 대구의 20곳에 구세군 냄비를 설치해 기부를 받고 있다. 10여 일이 지났지만 목표액 3억5000만 원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사회공동모금회의 얘기를 들어보면 올해는 기부금을 다 채울 수 있겠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올해는 모금회에서 기업에 제안서를 전달하면 IMF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기 경기 침체로 경북과 대구의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기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 수록 온정을 나누는 것은 경북과 대구의 자랑스러운 전통이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기상대는 전망했다. 어려운 이웃에게는 더욱 힘겨운 겨울이 될 것이다. 어려운 이웃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 바로 옆에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소외계층이 올 겨울을 춥지 않게 보내려면 우리의 따뜻한 온정이 전해져야 한다.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는 취약 소외 계층이 추운 겨울을 안전하게 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경북지역에 특히 많은 독거노인 가구와 소년소녀가장을 각별히 보살펴야 한다. 또한 폭설과 한파에 대비해 각종 시설의 안전을 점검하는 등 겨울철 사회 안전망 서비스를 면밀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경북도민과 대구시민들도 불우한 이웃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봉사와 나눔 실천으로 온기를 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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