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공판서 증인신청 대신 분리재판 요구

“오늘 결심공판 안 됩니까. 저는 다른 피고인과 분리해서 빨리 선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받고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심 재판정에 선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렇게 재판장에게 읍소했다.

13일 오후 3시 10분 대구법원에서 대구지법 제3형사항소부(강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전 포항시의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의 풍경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를 재촉하는 드문 일이었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8월 9일 쪼개기 수법으로 바닥면적 제한규정을 피해 포항 오어사 인근 펜션 건축허가를 얻은 혐의(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위반, 산지관리법 위반)로 A씨에게 집행유예, 조경회사 대표 B씨와 건축사무소 대표 C씨에게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있고, 다툴 의사도 없다”고 했다가 C씨 변호인이 “공소장과 1심 판결문에 피고인 C씨가 사업계획서 등을 작성해주고 허가신청을 대행했다고 명시돼 있는데, 건물 설계를 맡은 다른 회사가 한 일이어서 이 회사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A씨 변호인은 “재판부가 증인 채택을 받아들이면 재판 기일이 늘어나는데, 어차피 오늘 바로 결심공판을 않는다면 포항시 공무원 한 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자 재판장은 “항소심은 증인 채택 여부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증인을 통해 어떤 부분을 입증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적은 신청서와 함께 소명자료를 내면 검토해서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A씨 변호인은 증인신청을 하지 않는 대신 결심공판이 가능하냐고 했고, 나아가 다른 피고인과 분리해서 A씨만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전직 포항시의원으로서 향후 선출직 공직이나 유사직종 진출을 앞두고 있어서 빨리 새 출발을 해야 해서 선고를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경호 부장판사는 “A씨만 빨리 선고하는 것은 더 어렵다. 피고인 3명이 모두 엮여있는데 분리결심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A씨와 변호인은 그제야 단념했다. 항소심 2차 공판은 내년 1월 15일 이어진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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