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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암곡 마애불의 ‘신비한 미소’를 보고 싶다

황기환 동남부권본부장 hgeeh@kyongbuk.com 등록일 2018년12월16일 17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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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남부권본부장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의 남쪽 자락에 위치한 열암계곡 입구에는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공원지킴터와 넓은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이곳 주차장에서 출발해 신라인의 숨소리를 느끼며 산 정상부로 20여 분 걷다 보면 7부 능선쯤 탐방로 오른편에 비닐하우스가 하나 나온다.

비닐하우스는 시커먼 부직포로 둘러싸인 채 흉물처럼 자리 잡고 있다. 산 전체가 문화재로 장식돼 있어 노천 박물관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남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 비닐하우스는 지난 2007년 5월 발견돼 ‘5cm의 기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보호하는 시설물이다.

발견 당시 ‘금세기 가장 흥미로운 발견물 중 하나’로 꼽히면서 당장 국보로 지정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여겨졌던 열암곡 마애불의 보호시설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조그만 창문 3개가 뚫려 있는 비닐하우스 내부는 마애불상의 모습을 제대로 관람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컴컴하다. 내부 구석에는 작업 인부들의 안전모, 작업 도구, 폐비닐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흩어져 있어 관람자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다.

11년째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의 신비한 미소가 더욱 보고 싶어지는 이유다.

조그만 창문 사이로 제대로 구분도 할 수 없는 얼굴의 일부분만이 아닌 아름다운 콧날을 가진 마애불상의 전체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2007년 앞으로 쓰러진 상태로 묻혀있다가 우연히 발견됐다. 지진 등의 이유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데 넘어질 당시의 충격으로 인한 훼손이나 풍화가 거의 없이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불상의 코끝이 바닥 암반에서 불과 5cm밖에 떨어지지 않아 이른바 ‘5cm의 기적’으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발견 이후 다시 세워 복원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석불의 무게가 70t이 넘고 중장비나 헬기를 이용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 아직까지 뒤집힌 상태로 보존 중에 있다.

그동안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문화재청에서 마애불을 최적의 위치에 세우기로 하고 경주시에 복원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불상을 세우는 과정에서 훼손될 가능성이 높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고 판단해 입불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이처럼 세우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거대 마애불상을 지지하는 부분이 지진 등의 이유로 침하돼 불상이 훼손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문화재는 가까이서 보고 향유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학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모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열암곡 마애불의 온전한 모습의 얼굴을 보는 데 예산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예산이나 기술력 부족은 의지만 강하다면 무난히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당장 세울 기술이 부족하다면 얼굴 윤곽이라도 볼 수 있게 옆으로 90도 돌리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 하다.

600여 년 동안 땅속에 누워 있다가 발견된 마애불상을 예산 부족이란 이유로 세우지 못한다면 문화재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열암곡 마애불상이 정상 복원돼 아름다운 모습이 공개된다면 20여m 떨어진 인근의 석불좌상과 함께 경주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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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기자

    • 황기환 기자
  •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