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이완영 등 지역 5명 포함, 당협위원장 자격 박탈·공모 배제
당협위원장 내년 1월까지 선발, 일부 의원 반발…후폭풍 불가피

자유한국당이 지난 15일 현역의원 21명 지역구를 포함한 총 79개 지역에 대한 인적쇄신을 단행한 가운데 실질적인 물갈이 폭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현역의원 21명 중 검찰에 기소된 인사와 사전 불출마 선언 등을 제외하면 교체 대상이 6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윤상현 의원 등 양 계파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반발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당 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한 핵심 인물을 추스렸다는 점에서 조강특위의 이번 인적쇄신 작업은 공정한 평가라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이 15일 인적쇄신 명단 발표 결과 현역의원 112명 가운데 18.8%에 해당하는 21명의 이름이 명단에 올랐다. 그동안 ‘10명+α(알파)’의 현역의원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번 인적쇄신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

21명 중 친박(친박근혜)·잔류파는 12명, 비박(비박근혜)·복당파는 9명이다.

친박계에서는 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이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나 관료를 지낸 김재원(전 청와대 정무수석)·윤상직(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곽상도(전 청와대 민정수석)·정종섭(전 행정자치부 장관) 의원도 교체대상에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 국정실패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결과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서 선거운동을 지휘한 원유철·김정훈 의원에 대해서는 ‘총선 공천 파문’이라는 명목으로 당협위원장 박탈 또는 공모 배제 결정을 내렸다.

탄핵 정국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가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온 비박·복당파 의원들도 대거 포함됐다.

비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경우에는 이미 2020년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당협위원장을 내놓았는데도 향후 공모 대상에서 배제했다. 권성동·김용태·이종구·이군현·이은재·황영철·홍일표·홍문표 의원 등도 물갈이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이군현·권성동·홍일표 의원은 검찰 기소가, 홍문표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참패가 물갈이 대상에 오른 이유로 풀이된다.

한국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갑과 서울 강남병을 지역구로 둔 이종구·이은재 의원의 경우에는 ‘기득권 안주’라는 이유가 붙었다.

TK(대구·경북)에서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에 오른 곳은 현역의원 5곳과 원외 당협을 포함해 총 8곳이다.

대구에서는 곽상도 의원 지역구인 중구·남구, 정종섭 의원 지역구인 동구갑,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만 전 최고위원 지역구인 동구을, 지난 대선에서 억울하게 탈당한 무소속 정태옥 의원의 북구갑, 홍준표 전 대표의 지역구인 북구을,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였던 수성갑 등이다.

경북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 당선무효형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완영 의원의 고령·성주·칠곡군이며, 최경환 의원의 구속으로 당협위원장을 맡았지만 지난 지방선거 공천 잡음과 ‘갑질’ 행태로 각종 구설수에 올랐던 이덕영 위원장의 경산시는 공동 공모지역(현 위원장을 포함해 새로 공모)으로 분류했다.

이날 비대위가 발표한 공모대상 선거구는 총 79곳이며 공모 접수는 오는 18일~20일까지 이뤄진다.

79개 중 10개는 기존 당협위원장 공모를 허용한 공동 공모지역으로, 나머지 69개는 직전 당협위원장의 응모가 금지된 일반 공모지역으로 분류했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10여 개 지역은 시민들에게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실시키로 했으며, 조강특위는 내년 1월 중순까지 79개 지역에 대한 당협위원장 공모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다.

한편, 이 같은 비대위의 결정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한 유감을 표했지만, 결국 비대위의 결정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원내대표는 비대위 의결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인적쇄신을 단행하면) 우리당이 단일대오로 투쟁하는 데 있어 많은 전사를 잃는 결과가 될 수 있어 강한 유감을 표했다”며 “(교체 명단에 오른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 구제될 수 있는 길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결정이 되면 안 된다고 전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강특위 외부위원들이 많은 고심을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가슴 아픈 결정을 했기 때문에 마음을 좀 추스려야겠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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