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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의 축구 월드컵인 스즈키컵 결승에서 베트남이 말레이시아를 누르고 10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였다. 베트남은 열광의 도가니다. U-23 아시안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축구감독으로 베트남에서 영웅이 되었다. 베트남 국민은 베트남의 금성홍기와 태극기를 들고 박항서를 외친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은 용병으로 참전하여 공산국가 북베트남과 싸운 적국이다. 그러나 적화통일된 현재의 베트남 땅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한류가 폭풍적인 인기를 끌고 우리나라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 되었다. 국가 간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와 아픔을 가지고 있다. 두 나라는 빈번하게 중국의 침략을 받아왔지만 도전과 응전 속에서 중국에 완전 동화되지 않고 국가를 유지해왔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침략을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연개소문의 대당전쟁, 신라의 나당전쟁, 강감찬의 귀주대첩 등으로 물리쳤다. 베트남도 981년 송나라의 침략을 물리쳤고, 1406년 명나라의 침략을 10년간의 투쟁으로 물리쳤으며 1788년 청나라의 30만 대군을 하노이에서 전멸시켰다. 두 나라가 중국과의 전쟁에서 수회에 걸쳐 승리함으로 인하여 나라가 없어지는 불행이 없이 국가를 유지해올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광동성, 광서성, 운남성의 장족 등 여러 소수민족, 티베트, 위구르처럼 두 나라는 중국의 영토가 되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전에는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로 제국주의 외세의 지배를 받았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베트남은 북위 17도선을 기준으로 북에는 공산국가, 남에는 자본주의 반공국가로 분단되었다. 우리나라는 1950년 민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겪었으나 통일되지 못하고 휴전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베트남은 베트남전쟁이라는 내전을 거치면서 1976년 북베트남이 부패한 남베트남을 정복함으로써 공산국가로 적화통일되었다.

베트남 전쟁은 분단된 남북 베트남 사이의 내전임과 동시에 동서냉전시대 공산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 사이의 국제전이기도 하였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과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진영에 참전을 하였고 소련, 중국, 크메르 루즈, 북한이 공산주의 진영에 참전을 하였다. 베트남 전쟁은 1955년부터 1975년까지 20년에 걸쳐 벌어졌다. 미국은 2차대전에 사용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엄청난 화력을 베트남 땅에 퍼부었다. 그러나 미국 국내의 반전운동과 호치민이 이끄는 북베트남 공산군 및 베트콩의 게릴라전술에 밀려 미국이 남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됨으로써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났다.

공산국가 북베트남이 베트남을 적화통일하면서 남베트남의 많은 사람이 처형되었다. 중국계 베트남인인 30만 명의 화교를 비롯한 많은 남베트남 사람들이 베트남을 탈출하여 보트피플로 국적 없이 떠돌게 되기도 하였다.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은 호치민시로 개명되었고 남베트남인들은 사회적 처우에서 북베트남인들에 비해 상당한 차별을 받았다. 남베트남인들은 아직도 호치민시를 사이공으로 부르고 있으며 남베트남인의 뿌리 깊은 감정의 골은 화해되지 못하고 남아있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축구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베트남이 하나가 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지역에 차별을 두지 않고 하노이시와 호치민시를 비롯한 남북 베트남에서 자질 있는 축구선수들을 골고루 대표팀선수로 뽑았다. 남북 베트남 출신의 축구선수들이 골고루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되어 한팀으로 뛰게 됨으로써 베트남 전역에서 응원이 뜨겁다. 베트남 국민이 모두 한마음 되어 축구를 응원함으로써 베트남 전쟁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의 온 국민이 다 같이 하나가 되었다. 박항서 감독의 축구가 베트남을 하나로 단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의 힘이다.

세계의 마지막 냉전국가인 남북한은 아직도 휴전상태로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남한에서의 남남갈등도 대립이 심하다. 북한의 김정은을 칭송하는 극좌세력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반공만을 외치는 극우세력도 있다. 사상의 자유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극좌도 극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극좌와 극우가 지나치게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건전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사고를 가진 건실한 중산층이 많아야 국가사회가 안정되게 발전할 수 있다. 내년 1월 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아시안컵 대회가 개최된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하여 진보와 보수를 떠나 다 같이 하나 되어 어깨동무하며 단합되었으면 좋겠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날아간다.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루며 나라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적이 아니라 서로 선의 경쟁하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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