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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에 바탕한 정책 발굴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등록일 2018년12월18일 16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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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을 가만히 음미해보면 다른 민족과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무언가 자연친화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발효와 채식을 선호한 음식습관에서 나타나고 기와집 처마나 초가지붕의 곡선에서 두드러진다. 우아한 곡선으로 맵시를 내는 한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우리 전통음악의 가락은 출렁출렁 넘실넘실 흘러가는 산줄기와 강물을 닮았다. 우리민족의 뿌리 사상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천지인 삼태극사상이다. 이 사상은 그 가운데 인간이 중심이 되어 누리의 전 인류와 만물을 이롭게 하는 홍익(弘益)의 정신이 되고 바람 불고 물이 흐르듯 하는 풍류(風流)의 문화가 된다. 이 같은 자연친화적 문화는 서구사회에서는 환경주의를 극복한 생태주의 철학(Deep Ecology)에서 비로소 나타난다. 즉,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대지(大地) 위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평등한 권리를 인정하자는 생태중심주의의 환경운동이 레오폴드, 피터 싱어, 아르네 네스 등의 사상가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선조들이 수천 년 전에 확립한 홍익과 풍류의 정신에 이미 내포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홍익과 풍류정신은 고조선을 거쳐 부여, 고구려와 신라에 전해졌는데, 특히 신라는 화랑도란 이름으로 이를 창조적으로 계승하였다. 그래서 최치원은 화랑들이 공부한 도를 ‘풍류’라고 명명하였다. 풍류도는 신라문화 전반을 지배하였고 남산의 불상 등 찬란한 신라문화를 창조한 원동력이 되었다. 풍류도의 잔영은 신라사선(新羅四仙)의 유적과 삼국유사가 전하는 14수 향가(鄕歌)에 남아 있으며, 한편으로는 민간의 무속과 신바람, 노랫가락이 되어 우리민족의 기층문화를 이루고 있다.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다가오는 미래는 첨단기술보다는 여섯 가지의 높은 수준의 문화개념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조화, 공감, 디자인, 놀이, 이야기, 의미부여 등을 들고 있다. 이들은 확실히 현대사회의 추세가 되고 있음을 절감한다. 지금 도시의 여가 문화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커피숍을 보아도 그 커피숍이 자랑하는 이야기를 곁들인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실내외를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커피를 달여주는 곳보다는 주인과 고객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훈훈한 장소가 더욱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예부터 우리민족은 예절을 좋아하고 춤과 노래를 즐겼다고 중국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예절은 조화와 질서를 지향하고 춤과 노래는 흥과 놀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민족의 문화원형은 다니엘 핑크가 진단하는 미래사회의 문화 트랜드다. 우리는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알고 이웃의 기쁨을 우리 집의 기쁨으로 아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민족이다. 이 같은 우리민족의 특성은 미래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장점이다. 오히려 미래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소질이 다분하다. 지금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지역경제 대책과 문화관광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 사업을 기획하고 실시함에 있어서 세계적인 시대사조와 우리민족의 소질과 전통을 깊이 파악하고 이를 잘 조화시키면 우리의 청소년은 물론,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어떤 중요한 사업을 진작시키려면 그 기반이 되는 사상과 환경의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정부정책의 수립이나 기업의 사업 결정에 앞서 우리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폭넓고 깊이 있게 탐구하는 인문학적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문화와 역사가 있는 정책이나 사업이어야 철학이 있고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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