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최초 국민 생명·재산 보호 이바지 공로
니말씨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서 영주증 받아

18일 오전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열린 ‘특별공로자 영주증 수여식’에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카타빌라 다라 니말 시리가 공로를 인정받아 영주권을 얻게 됐다. 영주증을 수여받은 니말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아직도 편찮으신 상태입니다. 치료비 벌어야 합니다”

90대 할머니를 불길 속에서 구한 선행으로 영주자격을 얻게 된 스리랑카인 니말(NIMAL·39) 씨의 앞으로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니말 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로부터 화려한 조명을 받은 이면에는 월세 단칸방 생활과 앞으로 돈을 계속 벌어야 하는 속사정이 담겨있다.

18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열린 ‘영주증 수여식’ 행사에서 니말 씨는 영주자격을 얻었다. 법무부가 지난 13일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열어 니말 씨에게 영주자격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에 이바지한 공로로 영주권을 받은 외국인은 니말 씨가 최초다.

영주자격을 얻기까지 불법도 존재했다. 니말 씨는 지난 2013년 한국에 고용허가제 거주 자격(G-9)으로 입국한 이후 인천과 대구의 공장 등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고 지난해 9월부터는 체류 기간 만료로 불법체류자가 됐다. 하지만 부모님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군위군 농장에서 일을 이어나갔다. 벌었던 돈은 고스란히 고향에 보냈다.

그러던 지난해 2월 니말 씨는 경북 군위군 한 과수원에서 일하던 중 인근 주택에서 불이 나자 주민과 함께 뛰어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했다. 화재 당시 그는 얼굴과 호흡기를 다쳐 지금도 약물치료 중이지만, 선행이 알려지면서 심성이 착하고 용감한 의인으로 평가받았다. 불법체류자 신분도 해결됐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말 사랑합니다.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며 영주 자격을 얻은 짧은 소감을 건냈다. 불법 체류에 대한 벌금과 본인의 치료비 감당, 가족의 생계비까지 짊어진 아픈 속사정에도 웃으면서 한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선행에 대해 묻자 “엄마 소리를 듣고 들어갔다.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18일 오전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열린 ‘특별공로자 영주증 수여식’에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카타빌라 다라 니말 시리가 공로를 인정받아 영주권을 얻게 됐다. 수여식 전 니말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니말 씨는 지역 사회와 주민들로부터 받았던 애정과 사랑이 이어지는 만큼, 고향에 있는 가족 생각도 간절하다.

그는 “가족들 생각이 계속 난다. 아버지, 아내, 딸과 아들 모두 보고 싶다”며 “영주권을 받은 후 스리랑카로 갈 생각이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앞서 스리랑카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보조 교사로 활동했다. 월 50만 원 정도 수입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치료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어 한국행을 택했고 그동안 돈을 벌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돈벌이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사정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화재 당시 입었던 부상으로 1개월여 동안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6개월 동안 통원 치료를 하면서 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니말 씨의 선행에 고마움을 느낀 주민들과 지역 기관에서 소정의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돈은 꼭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경산 지역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니말 씨는 “영주권을 얻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며 “고향에 다녀온 후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스리랑카에서는 니말 씨 부인이 아픈 시아버지와 자녀들을 함께 보살피고 있다. 하지만 딸(12)과 아들(8)이 모두 어린 탓에 니말 씨는 걱정이 앞선다. 영주자격을 얻은 계기로 가족들을 모두 한국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니말 씨는 “이미 (영주자격을 얻은) 소식 전했고 스리랑카로 돌아가서 가족과 이야기할 생각이다”며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살고 싶다”고 밝혔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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