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지식 필요없는 행정업무, 현실과 동떨어진 급여수준 등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 손봐야

공공의료 행정에 구멍을 만드는 지역보건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이 보건소장의 장기 공석을 만들고, 이에 따른 행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11월부터 비워진 포항남구보건소장 자리가 1년여 만에 채워졌다.

그동안 포항시는 4차례에 걸쳐 신임 남구보건소장 임용공고를 냈으나 적임자 찾기에 번번이 실패함에 따라 북구보건소장이 남구보건소장을 겸임해 왔다.

하지만 거리상 문제를 비롯해 포항지진까지 겹치는 등 완벽한 보건소 운영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보건소장 공석에 따른 충원 문제는 포항시뿐만 아니라 경북 곳곳에서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주시 보건소장 자리는 지난 8월부터 4개월째 공석으로 남아있는 상태며, 상주시와 봉화군 또한 보건소장들이 올해 퇴직할 예정이지만 후임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역 보건소장 임용에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지역보건법 시행령에 의사면허 소지자를 우선 임용해야 한다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 13조 1항은 ‘보건소에 보건소장 1명을 두되,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만,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른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달았다.

하지만 의사 면허소지자에 맞춰진 임용기준이 바뀌지 않는다면 보건소장 공석 사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의료 행위와 관련 없는 생소한 행정업무와 현실과 동떨어진 급여 수준도 의사들이 보건소장 지원을 망설이게 해 공석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건소장은 보건소의 주요시책 및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보건의료 시책 등 전반적인 지역 보건의료를 향상하도록 하는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다.

또, 18일 포항시에 따르면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경우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최소 5800여만원, 최대 8700여만원의 연봉을 지급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국민 보건 의료 실태 조사’를 통해 전국 보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봉직의)의 월 평균 임금은 약 1300만원으로 집계됐고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5600만원이다. 보건소장의 연봉과 비교하면 최대 3배가량 많다.

이와 관련,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며 연마해온 전공지식과 거리가 있는 행정업무를 위해 계약직 공무원이 되겠다는 의사는 소수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역 의료계의 중론이다.

한 의료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의사가 보건소장을 맡는다면 주민 만족과 신뢰도는 오를 수 있겠으나 의사로서의 진료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임용이 불가능할 경우, 불필요한 행정 공백을 두기보다는 조금 더 발 빠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지역 건강증진에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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