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태양이 아무리 뜨거워도
땀이 빗물처럼 흘러도
우리는 차렷 자세로 서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불쌍하게 보진 마세요

발이란 발은 모두
시원한 강물에 담그고 있으니까요

겨울 강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
온몸이 오그라들어도
우리는 차렷 자세로 서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불쌍하게 보진 마세요

얼음장 아래 딛고 서 있는 발은
생각보다 따듯하니까요





<감상> 다리도 사람처럼 발을 따뜻하게 하면 차렷 자세로 한겨울을 이겨낼 수 있어요.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버티어 내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요. 다행이 강물이 같이 해주니 버틸 만한 게지요. 강은 다리를 받아주고 다리는 강물을 받아주니 한 평생 함께 할 수 있지요. 우리네 인생도 서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버티기가 힘들어요. 다리가 제 자리를 떠나면 어떻게 되겠어요. 철로도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침목(枕木)이 밑에서 받아들여 주기 때문이죠.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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