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교 3학년 학생 10명이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10명 중 3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 같은 황망한 인명 사고가 날 때마다 ‘인재(人災)’라며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말을 하지만 유사 사건이 끊이지 않아 이 같은 말을 하기에도 공허한 지경이다.

18일 강릉 펜션에서 일어난 이 참사의 원인은 가스보일러 배관 틈새로 유출된 일산화탄소가 실내에 차서 피해 학생들이 중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의 펜션은 올해 7월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만 하고 위생점검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 신고 과정에 안전과 관련해서는 점검이 없어 1~2만 원 하는 가스누출경보기 하나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반드시 설치하도록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난 9월 야영시설에만 설치하도록 법규가 마련됐을 뿐 주택이나 펜션 등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지난 4월에도 전남 순천의 한 펜션에서 투숙객 8명이 중독되는 사건이 있었다. 가스누출경보기의 의무설치 대상을 야영시설 뿐 아니라 펜션이나 주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민박이나 펜션은 물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캠핑장 등이 전국에 수도 없이 많다. 경북과 대구지역에도 동해안 바닷가와 유명 산, 유원지 주변에는 민박과 펜션이 즐비하다. 이 같은 시설들에 대한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강릉 펜션 참사 사건을 계기로 경북과 대구지역 펜션이나 캠핑장, 민박 시설 등에 대해서도 일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안전문제는 일반인이 봐서는 제대로 점검하기 어렵다. 관계 기관의 안전 전문 인력들을 총 동원해서라도 늦추지 말고 점검을 벌여야 한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 자치단체 등 인허가 기관은 이들 시설들을 국민이 안전하게 이용 할 수 있도록 안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경북과 대구의 농어가가 운영하고 있는 민박에 대한 신속하고 대대적인 안전 점검이다. 특히 동해안 지역의 경우 해맞이 행사 등으로 민박 이용객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사실상 안전은 무방비 상태다. 세월호 재난을 겪은 이후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 운영 방향을 천명하고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했고, 한 달 뒤인 올해 1월에는 밀양의 병원 건물에 화재가 발생, 45명이 희생되는 등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끊이지 않는 후진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자치단체는 물론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도 매우 중요하다. 주변에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이나 물건이 없는 지 내 집안부터 스스로도 점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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