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출소 10여 일 만에 요양병원에서 나체 상태로 난동을 부린 ‘유치장 탈주범’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풀려났다.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한 점을 인정한 법원이 심신미약감경을 해줬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 김태균 판사는 공연음란, 업무방해,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56)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고 19일 밝혔다.

김 판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신감정을 토대로 요양병원에서의 공연음란죄와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대해 심신미약감경을 적용했다”고 양형 이유를 말했다.

당시 A씨를 수사한 서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모발검사에서 A씨에게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는데 A씨가 ‘누군가 억지로 먹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약 혐의로도 사건을 송치했는데, 검찰이 적용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서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이송되는 과정에 옷을 다 벗은 채 물을 뿌리며 욕설을 하는 등 5분여 간 소란을 피웠고, 호송차 안에서도 난동을 피우고 검찰 조사에서도 소란을 피우는 등 정신상태가 정상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2012년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배식구를 통해 탈주했다가 붙잡힌 A씨는 지난 7월 만기출소했으며, 출소 10여 일 만인 7월 16일 새벽 2시 56분께 대구 서구의 한 요양병원 3층에 들어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간호사 B씨에게 신체 특정 부위를 보인 뒤 발로 걷어차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요양보호사에게도 신체 특정 부위를 내보이면서 가슴과 옆구리 등을 발로 차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이를 제지하는 간호사 등에게 소화기를 분사한 뒤 집어 던진 혐의도 받았다.

A씨는 범행 전날에도 경남 합천군의 한 사찰에 찾아가 스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종각에 들어간 10여 분에 걸쳐 북을 강하게 쳐 참선 수양을 하던 스님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어 대구 달서구의 한 식당 앞에서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한다”라면서 알루미늄 막대로 주변에 주차된 에쿠우스 승용차 앞유리와 운전석 유리 등을 내리쳐 수리비 447만 원 상당이 들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2012년 9월 17일 새벽 5시께 동부서 유치장에서 머리와 몸에 연고를 바른 채 가로 44.5㎝, 세로 15.2㎝ 크기의 배식구로 빠져나간 뒤 높이 206㎝, 창살간격 12.5㎝의 환기창을 통해 유치장 밖으로 도주했다. 일반도주 등의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징역 5년 6개월의 형을 받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지난해 8월과 9월 교도소 동료 수감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기도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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