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장 9개월째 공석·경북지노위, 퇴직 임원 복직 결정까지…
지주사-대구은행 이사회 불협화음…김태오 회장 은행장 겸임설 솔솔

경북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구제 결정을 받은 대구은행 전 임원 5명이 20일 오후 “김태오 DGB 금융 지주회장이 반환을 조건으로 사직서를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원직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
DGB금융이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김태오 회장 체제가 출범한 지 7개월째 접어들고 있으나 지금까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은행장 선임절차를 둘러싸고 DGB금융 지주사와 대구은행 이사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증폭하면서 DGB금융을 흔들리게 하는 근본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은행장 후보를 이달 24일까지 추천해 달라고 공문을 은행 이사진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대구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은행장 후보 추천 문제를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후보군을 정하지 못했다.

9개월째 공석인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를 놓고 지주사와 대구은행 이사회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 이사회는 행장 후보를 선정해 지주 이사회에 통보할 예정이지만, 지주 이사회는 행장 후보 선정 권한은 내부 규정상 지주 자회사 최고 경영자추천위원회(자추위)에 있다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양상이다.

지주 이사회는 최근 지배구조 규범 개정을 통해 은행장 자격 요건을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에서 다소 완화했지만 대구은행 현직 임원 중 이 요건을 갖춘 이가 1명도 존재하지 않아 김태오 회장만이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지주 이사회나 은행이사회가 서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등 마치 이전투구 현상을 보이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의 저변에는 김태오 회장 체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회장 체제가 들어 선지 7개월이 넘도록 조직 안정 등 해결되고 수습된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도 전임 박인규 회장이 준비를 건의 다 해 놓았는데 다 조직 쇄신 차원에서 임원을 퇴임시키고 신규 임원을 뽑은 것도 조직 내부에 불안정을 유발하는 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신임회장이 부임한 이후 3~4개월이면 해결했어야 할 현안들이 지금까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면서 은행장 선임은 내년 3월 주총까지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26일이면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만료된다. 한동안 잠잠하던 김 회장의 은행장 겸임설도 지주사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다.

DGB금융 한 관계자는 차기 대구은행장 후보 선출을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문호도 크게 개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성구청 펀드 사건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금감원의 최종입장도 정리되지 않은 만큼 여유를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구제 결정을 받은 대구은행 전 임원 5명이 20일 “김태오 DGB금융 지주 회장이 반환을 조건으로 사직서를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원직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은행 전 임원 5명은 이날 오후 2시 대구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 제2 본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태오 회장의 종용 하에 은행장 내정자가 단지 외부에 보이기 위한 사직서 제출이고, 추후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강요에 의해 제출됐다”고 주장했다.

대구은행 전 임원 5명은 지난 7월 4일 사직서 제출 형식으로 해고됐으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11월 20일 이들의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원직에 복직시킬 것을 결정했다.

박무환 기자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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