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화무용단이 살풀이춤과 천도를 공연하고 있다.
“세월 참 빠릅니다. 고인이 되신지 벌써 49일이라니, 그냥 넘기려니까 너무 섭섭하고 해서 가까이 있는 우리끼리라도 모여 49재를 지내려 합니다.”

동짓날인 지난 22일 오전 영천시 괴연동 고 신성일의 자택 ‘성일가’에는 자체 49재를 올리려는 지인들이 대구, 포항, 부산 등지에서 하나둘 모여 섭섭한 마음을 달래며 그를 추모했다.

이번 49재는 고인이 영천에 있으면서 친하게 지냈던 임채만 까치락골 와이너리 대표와 정길락 고경식육식당 사장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를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배우의 신화 신성일의 49재가 열린 이 날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하고 맑고 쾌청했으며 수양딸 최애화 씨와 윤지현 성덕대 총장, 지인, 동네 주민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더욱이 고 신성일 씨와 살아생전 함께했던 진돗개 백두와 딘푸는 오랜만에 찾은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한편 49재를 올릴 때에는 마당에 멍하니 앉아 고인이 묻힌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집례는 임채만씨가 맡았으며 대구에 사는 지인 채복희씨가 초헌관으로 술을 올리면서 제례가 시작됐다.

고인의 수양딸 최애화씨는 아헌관으로 절을 하다 흐느껴 울어 잠시나마 추모객들이 숙연해졌다.

이어 종헌관은 부산의 지인 김동학씨가 제례를 올렸으며 추모객들은 차례로 줄을 서서 고인 묘소에 절을 올렸다.

49재를 마친 지인들은 음복을 하면서 고인과 함께했던 옛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그동안 적막했던 성일가에 웃음꽃을 피웠다.

유리상자의 이세준씨가 고인이 즐겨불렀던 ‘초우’ 등을 노래하고 있다.
영천시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영원한 배우, 배우의 신화’ 고 신성일 49재 추모 행사를 열었다.

첫날인 21일 시민회관에는 70~80대 어르신들이 옛 추억을 되새기며 그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영화관을 찾았다.

영천시는 이날 영화배우 신성일 씨의 반세기 영화인생을 담은 스틸컷과 영천에 10여 년 생활하면서 사귄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20여 점을 시민회관 로비에 전시하고 ‘왕십리’ 영화를 상영했다.

또 공설시장 내 별빛영화관과 시민회관은 고인의 대표 영화 ‘맨발의 청춘·왕십리·하숙생’ 등 그를 추모하는 영화를 상영했다.

특히 23일 시민회관에서 열린 고 신성일 추모 행사에 시민 6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추모 열기를 이어갔다.

이날 이언화무용단의 액을 풀어내는 살풀이춤과 천도 공연으로 추모객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어 ‘유리상자’의 이세준 씨가 ‘초우, 사랑해도 될까요’ 등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며 추모행사를 마쳤고 이어서 시민회관에서는 고인의 대표작 ‘하숙생’을 상영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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