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데려와 살고 싶었지만
집이 없었다 나는 있는 것도 없었고
없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살다보니
용궁에서 사는 듯도 했다

지옥은 왜 하필이면 뼈보다 먼저 삭힌
마음속에 집을 지으려는 걸까

나는 여기서 살았다 홍어처럼
가끔씩 돼지 삶고 김치를 담그는
당신이 보였다

여긴, 내 나라가 아니다




<감상> 당신을 몹시 좋아했지만 가진 것 없어 같이 살자고 고백을 하지 못했어요. 없어도 있는 척 큰소리치면서 같이 살자 할 걸 두고두고 후회했어요. 홍어처럼 삶의 밑바닥에서 홀로 생활하므로 용궁에서 사는 듯 별천지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가난이 곧 지옥이고, 이것이 마음속에 먼저 푹 삭혀드니 이를 어찌할거나. 도무지 헤어날 방법이 없었어요. 홍어처럼 사는 나를 위해 당신이 돼지 삶고 김치를 담그지만, 여긴 내 나라가 아닌 걸요. 꿈속 세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한 번쯤 꿈속같이 당신과 함께 홍어삼합을 즐기는 때가 오기는 하는 건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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