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키다리아저씨의 기부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연말 1억 원 이상 씩 고액의 기부를 이어가는 익명의 독지가 ‘키다리아저씨’의 기부가 연말 한파를 녹이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2000여 만원을 전달했다. 수수한 복장의 키다리아저씨 내외가 조용히 공동모금회 직원을 불러내 기부금을 전달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경제 여건이 어려워서 키다리아저씨가 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하던 참이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금 모금 역시 저조한 편이다. 매서운 추위에 사랑의 온도계마저 얼어붙은 듯 온도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살을 에는 추위에 기부 한파까지 겹쳐 우리 사회의 약자들인 빈곤층의 겨울 나기가 더욱 힘겨워 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희망 나눔 캠페인’에 들어갔지만 예년 같지 않게 썰렁한 분위기다. 캠페인을 전개한 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경북의 경우 목표액 152억 원의 44%인 67억 원이 모여서 27일 현재 온도가 44℃에 머물고 있다. 대구 역시 목표액이 99억 원인데 40억 원이 쌓여 40℃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온정도 얼어 붙고 있는 연말, 키다리아저씨의 따뜻한 기부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사랑의 온도 탑에 수은주를 끌어올리는 훈훈한 난로가 되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매월 1000만 원 씩 12개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적금 해 이자까지 기부했다고 한다. 키다리아저씨 역시 올해는 경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기부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하지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따뜻한 기부는 우리 사회를 강타한 기부 한파를 녹이기에 충분하다.

키다리아저씨가 지난 2012년부터 7년 동안 8회에 걸쳐 기탁한 성금은 무려 9억 6000여만 원이나 된다. 이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역대 누적 개인 기부액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해마다 약속처럼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키다리아저씨지만 그 역시 풍족한 형편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생각에서 기부를 결심하고 매월 꼬박꼬박 적립해서 거금을 매년 전달해 기부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기부는 습관’이라는 말이 있지만 선뜻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키다리아저씨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이 크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의지가 관건인 것이다.

키다리아저씨의 따뜻한 기부가 ‘사랑의 온도탑’ 온도를 확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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