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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국가나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학자에 따라 다르나 반드시 꼽히는 덕목이 있다. 다름 아닌 리더십이다.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 능력은 절체절명 고비를 돌파하는 원동력. 이는 인류의 역사를 돌아봐도 증명된다.

망망대해 거친 파도와 싸우며 대양을 지키는 해군은 통솔력과 인연이 깊다. 미국의 해군사관학교에는 ‘위기 때 최고의 배는 리더십이다’라는 글귀가 적혔다고 한다. 스웨덴 최대 기업 집단인 발렌베리 가문은 가업 승계 조건으로 해군 장교 복무를 요구한다. 우연인지 한국 SK그룹 회장의 차녀도 그러하다.

게임 체인저는 기존 판도나 흐름을 일신한 사람이나 현상을 일컫는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미국 남북 전쟁 당시 의사였던 개틀링은 총신 6개짜리 기계를 만들었다. 전투의 양상을 바꾼 최초의 기관총 탄생이자 전쟁사의 게임 체인저로 기록됐다. 토마호크 미사일이나 스텔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미국해군연구소는 ‘세계 해군사에 영향을 미친 함선 7척’을 발표했다. 우리의 거북선과 함께 항공모함과 잠수함이 포함됐다. 해군 전력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는 잠항정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 피격 사건을 보면 일견 공감이 간다.

물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정을 제압하는 군선이 바로 구축함이다. 수중 레이더와 폭뢰·어뢰로 무장했다. 최근에 탐방한 율곡이이함은 대한민국 두 번째 이지스 구축함.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다. 도시 국가 아테네 수호신으로 로마 신화의 미네르바에 해당한다. 그녀는 아버지 제우스가 건네준 무적의 방패 덕분에 연전연승을 거뒀다. 금줄로 장식된 간로엔 괴물 메두사 머리가 달려 눈을 마주친 적군은 돌로 변했다고 한다. 그 방패의 명칭이 ‘이지스’다.

해군작전사령부 7전단 소속인 율곡이이함의 위용은 대단했다. 후미엔 작전용 헬기 두 대의 격납고가 있었고, 좌우로 고속단정 두 척도 설치됐다. 선체의 가장 높은 곳으로 조타 사명을 완수하는 함교엔 지휘관인 함장이 주재한다. 항로 전면을 주시하며 상황을 통제하기에 최적의 장소.

여러 장비와 매뉴얼이 빼곡하다. 문득 게시판에 붙은 ‘자살 예방 공문서’가 눈길을 끈다.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드’가 떠올랐다. 넬슨 경 밑에서 근무한 경력의 함장이 사관생도로서 승선한 부하들을 다잡아 강하게 키우는 내용. 왕따에 시달린 사관생 하나가 바다로 투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승조원·원상사·사관으로 구분된 식당과 전단장실에는 해군의 핵심 가치가 게시됐다. ‘명예 헌신 용기’ 특히 군인 정신은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다. 맥아더 장군의 고별사 주제도 의무 명예 조국이었고, 고대 로마 제국의 고위 직책은 전부 ‘명예로운 권력’이었다. 최근에 자진한 이재수 기무사령관도 그랬다. 동 부대 전역자로서 조의를 표한다.

함정의 하루는 6시경 기상하여 8시에 업무가 시작된다. 17시 넘어 일을 마치면 동료를 만나거나 수면을 취한다. 푸르른 해원을 누비는 야망도 있으나 청춘 세대는 갈등도 가지리라. 사회와 격리되는 공간에다가 친구와의 관계도 단절되고, 핸드폰도 보안상 사용치 못한다. 위성TV가 외부와 소통하는 유일한 기제.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이런 장병들 노고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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