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예술본부장
필자는 현재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오페라 전용 극장, 재단법인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공연·예술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 달 전 2019년도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코너 집필진으로 위촉을 받고 빡빡한 스케줄로 잠시 고민하였지만 수십 년 전 오페라를 처음 접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침 눈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고 여전히 너무나 사랑해마지않는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라면 필자 스스로도 재미있게 자신 있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고 오페라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또 다른 방편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수락하게 되었다.

오페라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 가운데도 대한민국의 오페라 전용 극장이 대구오페라하우스 한 곳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클래식을 포함하여 종합예술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오페라 전용 극장이라면 당연히 서울에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서울 예술의 전당 내에 오페라하우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오페라를 제작, 공연하는 전문극장이라기보다는 대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목적의 공연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 고장에 서울에도 없는 오페라 전용 극장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대구·경북 지역은 예로부터 양반의 도시, 교육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근대 서양 음악의 걸출한 대가를 배출한 곳이다. 1900년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에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가 들어온 바로 그해, ‘가을밤’, ‘동무생각’을 작곡하신 박태준 선생이 탄생하셨고 1903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창작오페라 ‘춘향전’을 작곡하신 현제명 선생이 태어나셨다.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 뒤인 2003년 대구 침산동에 대한민국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설립되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극장의 자율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재단법인으로 거듭나며 유럽 수준의 선진 극장으로의 발전을 꿈꾸게 된다. 2013년은 오페라사의 두 거장이 탄생한 지 꼭 200년이 되는 해였다. ‘라 트라비아타’, ‘나부코’, ‘리골레토’, ‘오텔로’ 등을 작곡한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와 ‘탄호이저’, ‘로엔그린’, ‘리벨룽의 반지’ 등 화려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 바그너는 19세기 오페라의 양대 산맥으로서 오페라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한 숫자 놀음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우리 지역 오페라 전문 극장이 가지는 역사적·사회문화적 의미를 말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오페라가 들어 온 지 70여 년. 어느새 10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예술들이 어우러져 있는 종합예술 오페라를 만들고 향유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과 같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단체들이 존재하고 그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 시민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유일한 오페라 제작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르네상스 말기에 시작된 유럽의 반만년 오페라사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근대 서양음악의 태동이 시작된 대구·경북 지역의 자랑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아시아 오페라와 클래식 발전의 선두 주자로서 우리나라 클래식의 발전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담당하고 있다.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유일의 오페라 전용 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극장 관계자뿐 아니라 지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예술본부장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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