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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소장
풍요와 행운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지난 한 해 성찰의 시간을 통해 미래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자기반성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의 필수적 과정이다. 정부 역시 국정 책임에 대한 통렬한 반성 위에 새로운 미래 청사진을 자신 있게 국민 앞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018년은 반세기 남북 분단 역사에서 길이 남을 한 해였다. 2018년 벽두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3번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4·27 판문점 선언, 6·12 싱가포르 선언과 9·19 평양선언이라는 역사적인 장면들이 펼쳐졌다. 남북관계의 화해 무드로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던 전쟁 위기설이 해소되고 비핵화와 평화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남북관계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 국내 경제는 곳곳에서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소득주도성장은 효과를 못 내고 오히려 고용 쇼크와 자영업 붕괴, 소득 양극화 등 부작용을 낳고 있음이 각종 지표를 통해 나타났다. 청년실업률은 10%를 상회하며 19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상·하위 20% 가구 간 소득 격차는 5.52배로 200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악을 나타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급격한 산업생태계의 변화로 기업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장 핵심전략인 혁신 성장도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면초가에 빠져있다는 뜻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올해 경제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전망이다. 2019년은 세계 경제가 고통을 절감하는 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중 무역 갈등,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침체 등으로 그 어느 해보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행으로 산업생태계가 급격히 바뀌는 부작용으로 인해 한국 경제는 산업경쟁력 약화와 소비절벽, 수출둔화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분기별 실적을 감안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7%에서 2.6%로 낮추어 잡았다.

한국 경제가 이렇게 심각한 내우외환(內憂外患)상태에 놓여있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정책 주도 책임자들은 경제가 좋아질 거라며 국민에게 마냥 기다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더 이상 기다릴 여력이 없음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통해 드러났다.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80%를 넘던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40%대로 반토막 났다. 긍정평가가 부정평가 아래로 내려가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까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누적된 결과이다. 대통령에게 지지율은 국정운영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로 정책 실행의 마지막 해이다. 남은 임기 2년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수행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염려되는 것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 회복을 위해 올해를 남북관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해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때마침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방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또 한 번 남북 이벤트로 대한민국이 들썩일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선포하고 국제사회로 걸어 나온다면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남북문제가 풍전등화와 같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도깨비방망이가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외교정책이 국내 정치를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국이민위본(國以民爲本),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고 했다. 조선시대 세종은 자신이 왕의 자리에 있는 존재 이유를 백성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나라의 근본을 단단히 하는 데서 찾았다. 기해년 국정 최우선 과제는 남북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먹고사는 민생 경제가 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세종 정신에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개과불린(改過不吝)의 자세로 경제 활력 회복을 목표로 민생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특단의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집권여당 역시 새해 새로운 100년이라는 화두를 국민 앞에 내놓았다. 그러나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100년은 고사하고 1년도 가지 못 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해 말 청와대는 남북관계 및 외교 분야를 평가하면서 “역사적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 자화자찬 같지만 사실”이라고 했다. 올 연말에는 청와대가 국민 경제와 관련해서 자신 있게 자화자찬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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