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린 죄로
나는 나에게 벌주를 내렸다


동네 식당에 가서
등심 몇 점을 불판에 올려놓고
비장하게


맥주 두 병에
소주 한 병을 반성적으로
그러나 풍류적으로 섞어 마시며
아내를 건너다보았다


그이도 연기와 소음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더 이상 이승에서는
데리고 살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감상> 학창시절에는 자신의 생일도, 어머니의 생일도 잊어버리고 살았답니다. 그러나 용서가 되었지요. 사회에 나가서는 어머니의 생일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용서가 되지 않았어요. 어머니의 헌신으로 사회에 나가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결혼해서 아내의 생일을 잊은 적이 있지요. 반성을 하니 용서가 되었어요. 중년을 넘어서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리면 절대 용서가 되지 않아요. 부모님 떠나시고 아내가 유일한 동반자인데,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리면 반성차원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새해 달력에다 아내의 생일을 꼭 표시해 둡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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