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불끈 쥐면 돌이 되었다.
부르르 떨면 더 단단해졌다.

주먹 쥔 손으로는
티끌을 주울 수 없고
누구한테 꽃을 달아 줄 수도 없었다.

꽃을 달아 주고 싶은 시인이 있었다.

산벚꽃 피었다 가고
낙엽이 흰 눈을 덮고 잠든 뒤에도
꺼지지 않는 응어리

그만 털어야지, 지나가지 않은 생도 터는데.

나무들 모두 팔 쳐들고 손 흔드는 숲에서
나무 마음을 읽는다.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감상> 주먹을 쥔 손으로는 티끌을 주울 수도 꽃을 줄 수도 없다. 자신의 뮤즈였던 시인에게도 끝내 꽃을 달아주지 못한다. 자신을 얼마나 성찰해야 이런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건가요.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 많이 차지하려고 주먹손을 움켜쥘 뿐, 조막손으로도 베풀지 않으니까요. 모두 팔 쳐들고 손 흔드는 숲으로 가서 나무의 마음을 읽어보자. 나무는 자신의 분신인 잎을 다 떨어뜨리고 미련조차 가지지 않는다. 나무는 주먹을 풀 때를 잘 알고 있기에 봄에 찬란한 초록을 틔우는 것이 아닌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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