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는 한 때 반(反) 사토 진영의 선봉장이었다. 그러다가 태도를 바꾸어 사토내각의 운수상으로 입각했다.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노선이 바뀐다”는 뜻으로 ‘풍향계’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나 나카소네는 기죽지 않고 당당히 응수했다. “개처럼 멀리 떨어져 짖기만 해서야 뭐하겠나. 칼이 닿는 거리까지 접근해야 상대를 벨 수 있지.”

1980년 미 대선 당시 레이건은 카터정부의 경기침체를 세게 꼬집었다. “불경기는 당신 이웃이 직장을 잃는 것이고, 불황은 당신이 직장을 잃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기회복의 시점은 바로 카터 당신이 직장을 잃는 때입니다.” 멋과 기지가 깃든 정치 고수의 말의 성찬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레이건은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창고에서 잠자던 제30대 대통령 쿨리지의 초상화를 1층 정면 중앙에 걸어놓았다. 이 선배 대통령의 절제된 화술을 본받기 위해서였다.

정치인들에게 말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고 무기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 중에는 말을 함부로 해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켜 낭패를 보는 정치 하수들이 적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못해 먹겠다” 발언으로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국가의 명운과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국가 최고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이 국회의원 시절 야당 대표의 단식투쟁을 두고 “야당 대표의 식사문제에 관심이 없다. 그가 쌀 두부를 먹든 말든 상관 없다. 단식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라고 비아냥거려 빈축을 샀다.

실언 파동의 대표적 설화(舌禍)는 2004년 총선 막바지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이었다. “60대, 70대 노인들은 투표하러 가지 말고 집에서 편히 쉬십시오” 막말은 총선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아 패배를 자초했다.

지난 연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장애인위원회 행사에서 한 ‘장애인 비하’ 발언이 설화를 자초했다. 야당 정치인을 겨냥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 는 망언을 연발, 구설수에 휘말렸다. 이 대표는 총리시절에도 특정 신문에 대해 “더 이상 까불지마”로 막말 파동을 일으켰다. 이 대표의 ‘구시화문(口是禍門)’은 습관성 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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