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제1행정부, 항소심서 원심 판결 뒤집어

2017년 7월 22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 3명이 여학생 1명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 3명의 부모에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내린 결정이 잘못됐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학폭위의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학폭위 구성과 심의·의결 자체가 위법이라는 근거를 들어서다.

대구고법 제1행정부(정용달 부장판사)는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3명의 부모가 해당 초등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가해 학생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취소했다고 3일 밝혔다.

여학생 부모의 주장은 이랬다.

남학생 3명과 여학생 1명, 이들의 어머니들은 2017년 7월 22일 1박 2일 일정으로 천안의 한 캠핑장으로 여행을 갔고, 저녁 무렵 남학생 3명은 캠핑카 안에서 영화를 보던 중 웃기는 놀이를 하자며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흔들며 일명 ‘짱구 춤’을 췄다. 여학생에게도 바지를 내리고 춤을 추라고 재촉했으나, 여학생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남학생 3명은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영화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했고, 여학생은 마지못해 바지를 내렸다. 또 남학생 2명은 캠핑카 안에서 여학생과 한 차례 더 웃기기 놀이를 했고, 남학생 1명이 여학생 앞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지난해 9월 12일 교실에서 남학생 1명은 해당 여학생에게 몇 차례 배꼽을 보게 옷을 올려달라고 말해 옷을 올리게 하고, 점심시간에 비밀창고로 오라고 말했는데도 여학생이 오지 않자 왜 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여학생의 어머니는 주장했다.

여학생의 어머니는 그해 9월 13일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9월 19일 남학생 3명이 여학생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서면 사과, 피해 학생과 신고·고발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2시간 등의 조치를 요청하기로 심의·의결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 3명의 부모는 절차상 위법사유와 처분사유의 부존재 등을 내세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렇다.

2017년 3월 22일 학부모 역량개발 연수회와 학부모회 임원조직 절차에서 학폭위의 학부모대표 위원을 선출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그 위원을 선출하는 절차가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특히,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선출된 것이 아닌 2~5학년의 학년별 학부모회의에서 학폭위 학부모대표 위원이 선출된 것이어서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구성해야 한다’는 학교폭력예방법 조항을 위반해 구성했고, 위법하게 구성된 학폭위의 결의는 잘못된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 또한 위법해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승소판결을 이끈 법무법인 세영의 이정진 변호사는 “현행 학폭위는 학폭 사안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모두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도의 공정성이 요구된다”면서 “학폭위 과반수는 학부모로 구성되는데,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선출되지 않은 특정 학부모를 자치위원으로 위촉할 경우 학생들에 대한 공정한 조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각 학교의 자치위원회 구성에 있어 합법적인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부각 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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