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밤에게 손 흔들며 떠난 시간

길은 천길 벼랑처럼 어두워지는데

어렵사리 찾은 등대 같은

돌멩이 하나 발로 차며 간다

돌 속에 무슨 비밀지도가 있고

나침반 같은 주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통영 자개농 위에 즐비한 돌멩이를

어쩌자고 모으는지 나는 모른다

7년여째 단둘이 사는,

아내가 아무리 캐물어도 나는 모른다





<감상> 달빛 없는 밤, 길을 갈 때 발에 차이는 게 없다면 얼마나 고독할까. 돌멩이는 등대 같이 길을 밝혀 주고 친구가 되어 주었다. 어릴 적 소(牛)를 잃어버린 나는 산 속을 헤매다 겨우 길을 찾았을 때, 발에 차여 굴러가는 돌멩이 소리가 워낭소리처럼 정겨웠다. 그 소리를 따라 어느새 집에 와 있었다. 소는 먼저 집에 와 있었다. 돌 속에 비밀지도가 있고, 나침반 같은 주술이 심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비슷한 추억을 지닌 시인은 돌멩이를 모으는 취미를 가졌다. 아내의 잔소리에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추억이 몸속에 새겨져 있으므로.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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