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편리함에 키오스크 도입 매장 증가 추세
한경연, 2021년까지 아르바이트 등 47만개 증발 분석
IT기기에 미숙한 중장년층 '디지털 소외' 우려 목소리도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점차 보편화 되는 키오스크(무인주문결제기기)가 일자리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해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같이 일하던 점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하던 인건비가 없어지고 나니 부담은 줄었으나 2년 넘도록 가게 문을 열어준 점원에게 미안함이 남는다.

현재 이 매장은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A씨 혼자 꾸려가고 있다.

A씨는 “요즘 인건비에 큰 부담을 가진 대부분 자영업자는 키오스크 도입을 고민한다. 최저임금이 계속해서 오르는 만큼 직원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가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결제서비스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어 경제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동화기기가 인간을 대체해 일자리 증발시킬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소득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1년까지 법정 최저임금이 1만원에 이를 경우 최대 47만6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소득 격차는 2.51%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전년 7530원 대비 10.9% 상승으로,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인 16.4%보다는 낮지만 2008년 이래 8% 이하의 인상률을 웃도는 수치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대신 키오스크를 ‘고용’하는 식당,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늘고 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에는 현재 전체 매장의 60%가량의 점포에서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

또,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도 무인 계산대를 도입해 늘려나가고 있으며 PC방과 1인 운영 음식점 등으로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로 일자리 증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기기의 사용법을 몰라 기성세대들이 겪는 ‘디지털 소외’ 현상을 걱정하는 의견 또한 분분하다.

직원 2명을 둔 음식점 주인 B(52)씨는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 키오스크 1대를 설치했지만 당장 나부터 사용하기 어려운 기계를 들이는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가게를 찾는 40∼50대 이상의 손님들은 주문을 포기하고 다른 식당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 걱정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셀프 계산대만 덩그러니 놓인 식당에 들어가는 게 어색한 고객들도 많다.

이모(53·여)씨는 “최근 찾은 라면 가게에서 음식 주문부터 식사 후 가게를 나설 때까지 사람 한 명 볼 수 없었다. 식당에선 아무래도 인간적인 느낌이 음식과 함께 전해져야 하는데 이런 점을 어색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당 종업원으로부터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도 듣지 못한 채 차가운 기계로 걸어가 결제해야 한다면 음식의 맛을 따지기 전에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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