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농사 부농꿈 자란다-청송 청운자연농원
청운자연농원 임태식(64)·박정숙(59)씨 부부는 청송 꿀사과의 산증인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다 1970년대 말 고향으로 귀농한 임씨 부부는 농기계수리센터를 운영하다 1980년대 중반에 땅 1만3200㎡(4000평)를 구입해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임씨 부부가 사과 농사를 제대로 짓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농촌의 일손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가꾸지 않아 망가진 땅은 늘어만 갔다. 그는 주변의 이농(離農)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적금대출과 신용대출금을 이용해 1981년 땅 1만3200여㎡(4000여 평)를 샀다. “그 땅은 완전히 황무지나 다름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죠. 아무것도 모르는 농사 풋내기가 막무가내로 큰 땅을 샀으니 얼마나 우스웠겠어요.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그 땅을 모두 일궈 사과 과수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임 씨는 “당시엔 약제나 영양제 사용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며 “병해충 종합관리(IPM) 농법을 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기술영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임 씨는 약제 방제를 1년에 7~9회로 줄여 저농약 인증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연차적으로 왜성대목(M9)으로 묘목 갱신을 꾸준히 추진했다.
“같은 지역이지만 평지와 산지의 토양과 밤·낮 기온이 제각각인데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임 씨는 강조했다. 예를 들면 배수가 잘 안 되는 곳엔 유공관을 설치하고 과원 밀집지역엔 동떨어진 과원보다 세밀하게 방제해야 한다고 했다.
나무는 세장방추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임씨가 직접 개발한 가지 유인 방법이다. 가지 유인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 대신 철사를 사용하는 것. 제일 하단의 가지를 유인한 후 하단에서부터 가지와 가지 사이에 철사로 고정시켜 유인한다. 그는 “추를 사용하면 가지가 계속 처지는 단점이 있는데 철사를 사용하면 원하는 각도대로 정확하게 유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철사를 사용한 가지 유인은 작업속도가 빠르고 재사용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 때문에 인근 농가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자신이 터득한 기술과 노하우를 항상 함께 나눈다. 그래서 그의 과원은 견학장소로 각광을 받고있다. 최근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사과나무 분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임 씨는 “사과나무 분양사업은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송농협 사과공선회장, 사과작목반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술 보급과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임씨 소유 과수원 중 한곳을 돌아보다가 몇 그루 사과나무에 이름표가 걸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과 모양의 이름표마다 각각 다른 이름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과나무를 일반에 분양했거든요. 거기 써 있는 건 분양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에요”
임 씨는 현재 청송사과나무분양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임 씨 과수원 매출은 연간 1억5000만원 정도다. 임씨가 소유한 과수원 중 청송군 농업기술센터와 가까운 곳은 사과 재배에 관심이 있는 농업인과 외지인의 견학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는 “미래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보람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주변 농가들에 사과 재배 기술을 전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농업이 발전해야 나라가 산다’는 생각으로 농업인들을 한곳으로 결집시키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다 같이 잘 사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그의 바람이자 목표다. 무뚝뚝한 경상도 말씨의 임씨가 이 지역 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사과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