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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경북포럼] 역사 소설 ‘난주’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등록일 2019년01월09일 15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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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세상이 복잡다단한 탓일까 아님 인정이 메마른 때문일까. 삶이 힘들고 불안하다는 사람들이 적잖다. 자연히 어딘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인간의 이런 심성을 파고드는 기제가 종교다. 막연한 공허감을 달래고 치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신앙심은 일종의 환상이다. 자기 자신이 자기 격려로 자기만족을 이루어 정신의 균형을 이룬다.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행위의 도덕적 중심을 잡아주기에 긍정적 측면이 크다. 개인적으로 믿음은 없으나 신의 존재를 확신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종교는 기독교·이슬람교·불교다. 전쟁과 살육이 빈번하던 시절 발생한 종교는 구원의 동아줄이자 영생의 위안처. 매주 일요일 22억 명은 교회와 성당에 나가고, 16억 명은 이슬람 모스크에 엎드리며, 5억 명의 불자는 절에 가서 자비를 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기독교는 크게 가톨릭과 개신교, 그리고 동방 정교회로 나눈다. 11세기 교황권 문제로 그리스 정교회가 갈라졌고, 다시 16세기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으로 구교와 신교가 분리됐다.

서구 문명의 양대 축은 그리스·로마의 전통과 기독교 사상이다. 이를 기반으로 번영을 거둔 유럽은 지구촌을 주도했다는 자긍심을 갖는다. 또한 기독교는 로마 제국 국교로 공인된 이래 그들의 내면세계를 지배해 왔다. 다신교인 로마 사회에서 일신교인 기독교는 이단아였고 심한 탄압을 받았다.

로마 제국과 마찬가지로 19세기 조선 후기도 가톨릭에 대한 억압이 심했다. 1784년 창설 이후 대소 박해가 연이은 한국의 천주교회. 특히 신유교난·기해교난·병오교난·병인교난으로 수많은 순교자가 나왔다.

포항의 효자성당 지하 대강당 입구엔 대형 복제 그림이 걸렸다. ‘103위 한국 순교 성인화’ 도봉산을 배경으로 시대와 신분이 다른 순교자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기쁨 가득한 모습을 묘사했다. 스스로 신념을 위해 생명을 버린 선구자들.

천주교 4대 박해 중 하나로 일컫는 1801년 신유교난과 관련된 소설 ‘난주’가 출간됐다. 다산 정약용의 조카이자 맏형인 정약현의 딸이고, 황사영의 부인인 정난주의 일대기. 천주교 부흥을 위해 베이징 주교에게 보내려던 편지가 발각된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남편이 능지처참당한 그녀는 제주도에서 37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지난해 탐방한 추자도가 떠올랐다. 하추자도 관문인 신양항에 내려 몽돌 해안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 ‘황경한의 묘’가 나온다. 이곳은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그 묘주가 정난주의 아들.

작가 김소윤은 말한다. 여성인 그녀의 일생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공감이 가는 변이다. 역사상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음란한 여제로 평가받는 당나라 측천무후도 모든 사료는 정적인 남성들에 의해 작성됐다. 60년 가까이 권력을 거머잡은 정치 감각은 흔적도 없다.

언젠가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해방 이후 겪은 가장 큰 사건은 육이오 동란·팔일오 광복·IMF 사태 순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작금의 중장년 세대가 겪은 미증유의 아픔.

이를 다룬 영화가 화제에 오르고 사실 여부로 논란이 뜨겁다. 소위 역사 왜곡 문제가 대두된 셈이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 여인을 미화한 소설 ‘난주’도 당연히 자유롭지는 않다. 역사를 소재로 엮은 예술 작품을 대할 때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리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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