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자문위원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원수 360명' 제안
여야, 원칙적 공감대···실천방안 놓고 각당 셈법 첨예 대립
김형오 전 국회의장, 최장집 전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정계·학계·언론계·시민사회단체 등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정개특위 자문위는 지난해 11월 19일 위촉된 이후 8번의 회의를 거쳐 이날‘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의견과 제언’의견서를 심상정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제언서는 의원정수 360명 증원 등을 골자로 하는‘의원 월급은 깎고 의석은 늘리자’는 것이 핵심이다.
자문위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수가 증가하더라도 국회예산은 동결하고, 국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강력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결국, 국회의원 ‘월급’을 깎아 의원 수를 증원하는 방식으로 국회 예산 자체를 동결한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제언서에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선거제도 개혁, 공천제도 개혁, 투표 참여 연령 만 18세 인하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자문위의 제안에 대해 여야는 국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원칙적 공감대를 이뤘지만, 실천 방안을 놓고는 각 당의 셈법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표현으로 시작됐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를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선 결국 의원정수 증원과 지역구 의석 조정이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문위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 현재 300석인 의석을 36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비판적인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의석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권고안은 ‘국회 예산 동결’과 ‘정치 개혁’이라는 안전망을 함께 제시하긴 했지만, 여야는 물론 자뮨위 내부에서도 의원정수 문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기우 자문위원은 별도로 첨부한 개인 의견으로 “지역구를 대선거구로 개편하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지 않아도 의석 배분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며 “현행 소선거구를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명부에 의한 비례대표 당선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의원정수를 증원하는 것이라면 더욱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헌조 자문위원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더라도, 360명으로 못 박아 제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임 위원은 또, 선거제 개혁과 함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헌법개정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양산하는 현행 대통령 중심제하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헌법개정 논의를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권력구조 개편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개특위 자문위의 의견서와 관련해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의도 정가에서는 선거제 개혁은 의원정수 조정과 지역구 의석 축소 문제를 연동해 고차 함수를 풀어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여야가 총선때마다 1~2곳 지역구 조정 문제를 놓고도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 개개인의 ‘정치생명’이 달린 지역구 축소 작업이 테이블 위에 오르는 순간 여야 논의가 무기한 답보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임을 의식해서인지 자문위는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을 권고안에 명시하지 않았다.
투표 연령 만 18세 하향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교 3학년 학생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면 학교 현장이 정치 논리에 휩쓸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투표 연령 만 18세 하향과 함께 학제 개편 논의가 맞물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