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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역시나 새해 첫 화두는 경제다.

지역경제 살리기는 올해도 지역 상공인 단체들이 내세운 최우선 현안 과제다. 지자체는 투자유치를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올해 가장 핵심적인 시정목표로 삼았다. 굳이 경제지표를 나열할 거 없이 실제 느끼는 체감경기만으로도 지금의 경제가 어렵다는 걸 직감할 정도니 십분 이해되고도 남는다. 문제는 어떻게 살릴 것인가이다. 굴뚝산업을 통한 지역성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공장유치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이젠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발전 전략이 필요할 때다. 규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고 이를 견인할 미래 산업 육성은 도시의 존립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되었다.

한때 활기가 넘쳐나던 공업도시에서 철강경기 침체로 하루아침에 범죄도시로 쇠락해버린 영국의 리버풀(Liverpool)의 경우, ‘2008 유럽문화중심도시(European Capital of Cultural)’에 선정되면서 문화관광 도시로 탈바꿈했다.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시가 영국에서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각광받는 문화관광 중심도시로 지정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정부와 시의회, 그리고 시민들의 힘이 가장 컸다. 시는 ‘유럽문화중심도시’로 선정되기 위해서 이미 2000년도부터 시의회와 함께 하나의 목표 아래 일관된 정책과 정책지원으로 문화도시로서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앞장섰다. 그런가 하면 시민들이 문화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해 문화도시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을 펼쳤다. 관계기관의 분명한 정책목표와 실현의지, 그리고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이 도시의 얼굴을 바꿔 놓은 것이다.

포항시는 작년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문화도시 지정 예비도시 10곳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말 그대로 정식 지정에 앞선 예비도시이기에 올 한 해 동안의 문화행정 업무평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앞서 문체부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로 쇠퇴해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한 ‘문화도시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매년 5~10개 내외 문화도시를 지정해 2022년까지 약 30개의 문화도시 브랜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도시로 지정된 도시는 향후 5년간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항시의 예비도시 선정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식 문화도시로 지정된다면 정부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도시로서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산업적 인프라 건설 없이도 도시성장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시 승격 70주년을 맞는 포항시의 업무 능력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우연히 시내 중앙상가 실개천 길을 지나다 옛 포항역을 추억하는 이벤트를 본 적이 있다. 철도문화재로 지정된 옛 포항역 건물을 철거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추억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1918년 이래 98년간의 기차역 구실을 하는 동안 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던 역사적 건물을 도로개설을 이유로 한순간에 허물어버릴 정도의 문화이해력으론 내년 문화도시 선정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지난해 문체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인근지역 ‘영덕대게 축제’가 ‘가장 가고 싶은 축제 1위’와 ‘가장 인상 깊은 축제 2위’를 차지한 걸로 전해졌다. 동해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게는 과메기와 함께 우리지역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전국적 인지도 면에선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한마디로 홍보부족이다.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노력이 허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가 가진 고유의 문화유산과 관광자원부터 먼저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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