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절반 '전염성 질환 아동' 격리공간 없어
보육시설 내 설치 필요성 대두

수족구와 독감 등 전염성 질환에 걸린 어린이가 늘어나는 가운데 보육기관 내에 일시적인 격리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살 된 딸을 둔 직장인 A(35)씨는 지난 9일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은 뒤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전날 아침부터 고열과 손에 두드러기 증세를 보이던 아이가 병원에서 ‘수족구’병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

일주일가량 아이를 돌볼 사람이 필요하지만 A씨는 이달 초 몸살을 크게 앓으며 연차 휴가를 냈고 최근 재취업한 부인마저 휴가를 신청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전염의 위험이 있어 완치 판정서를 가져올 때까지 등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A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질병 감염 아동 특별지원 돌봄’을 신청하려 했지만 아이 돌봄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며 가입을 마쳐도 당장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맡아줄 ‘돌보미’가 오긴 어려웠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각각 경주와 경산에 거주하는 친어머니와 장모님께 연락해 사정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가족을 제외하면 아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몰라 애가 탔다”며 “두 어머니에게 생업을 멈추고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굉장히 죄송스러웠다”라고 한탄했다.

위처럼 맞벌이 가정 아이가 전염성 질환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조치가 내려진 후부터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발생하는 돌봄 공백이 심각해 보육기관에 일시적인 격리 돌봄 공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육아정책연구소는 2017년 어린이집 808곳, 유치원 409곳을 조사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유아 전염성 질환 관리 현황 및 대책’을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전염성 질환 발생 시 격리 또는 귀가 조치 규정이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율은 98.1%이었으나 격리를 위한 공간이 마련된 기관은 4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 3∼8월 이들 기관의 전염성 질환별 발생률은 구내염 73.6%, 수족구 69.4%, 수두 31.5%, 독감ㆍ신종플루 26.5% 등으로 높았다.

질환별 초기 대처방법은 모든 질환에서 ‘귀가 조치 및 가정 내 돌봄’이 약 80%대로 가장 높았고, ‘기관 내 별도 공간 격리’는 10%대로 낮았다.

전염성 질환 발생 시 어려움 정도를 조사한 결과, ‘별도 돌봄 인력 부족’이 89.2%로 가장 높았고 ‘격리 공간 부족’ 81.8%, ‘격리기준 명확성 부족’ 70.3%, ‘부모의 이해 부족’ 63.6%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아이 돌봄 지원사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선 돌봄 공백을 채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맞벌이 가구처럼 아픈 아이를 별도로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위한 시설과 공간을 마련해 일시적인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일정 규모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격리 공간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련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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