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내·외신 기자 및 출입기자들과 가진 신년기자회견이 사실상 알맹이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인 이날 회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즉석에서 질의자를 선정하고 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질문권을 얻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우연인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이 선정한 기자들의 질문이 회견 초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남북·북미·북중 관계에 집중되면서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이나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 문제,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내용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마이크 앞에 앉자마자 “제가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겠다, (청와대)기자단의 간사부터 질문을 시작해온 게 관행”이라며 중앙지(연합뉴스) 기자를 선정했지만, 지역지 기자단 간사는 질문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또, 회견 초반 질의자 선정이 중앙매체와 외신기자단으로 넘어가면서 국내 문제보다는 외교문제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또, 회견 중반 경제 문제에 대해 “정부의 경제정책이 신뢰가 낮아졌고 현재 경제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경제정책 변화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고용지표 등 부진이 아쉽고 아프지만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끌어 올려야 하며 정부 정책기조는 가면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현실 경제가 힘든데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라는 한 기자의 물음에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는 기자회견문 내내 말씀 드렸다”며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회견 진행자들 역시 경제문제와 국내 문제보다는 외교문제 질문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회견 중반 ‘고용 상황 악화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후퇴라고 반발’,“인사 또는 개각에 당적이 다르거나 다른생각 가진 인사 등용 생각’,‘규제 장벽 높다’는 등의 질의가 이어지자 고민정 부대변인이 나서 “특정 유형의 매체에 질문이 쏠린다”고 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중앙일간지 기자님들만 손을 들어달라”고 했다.

이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논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권력남용’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이어 또 다시 회견장은 외교문제가 주로 다뤄지면서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나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물론 이날 회견이 이전 정부와 달리 격의 없이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질문과 답변에 순간순간 폭소가 터져 나오는 등 보기 좋은 장면도 일부 연출됐지만 신년 기자들과 처음 마주한 기자회견이 김정은 등 국제 정세에 치중되면서 국내 문제는 너무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회견은 당초 8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10분 가량 넘겨서까지 이어졌으며,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경제, 정치·사회·문화 분야 순으로 총 25개의 질문에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일문일답을 마친 뒤 마무리발언으로 “언론과 정부는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향해 간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고 본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한 팀이라는 생각을 늘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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