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문재 시인·안양대 교수
올해로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된다. 시기에 맞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론 여러 협회나 단체들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리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기념행사들이 넘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의미 깊은 일이기에 기꺼이 응원한다.

필자는 3·1운동 100주년 행사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지금까지 3·1운동의 의미 내지 특성을 비폭력 평화 시위로 내세워왔는데 이를 지양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평화적인 시위로 독립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제는 결코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 일제는 시위에 참여한 7,500여 명의 조선인들을 총칼로 사살했을 뿐만 아니라 수만 명의 조선인을 다치게 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조선인을 검거해 고문을 가하며 감옥에 가두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3·1운동을 평화적인 시위로 의미화하는 바람에 우리의 희생과 고통이 묻히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3·1운동을 얘기할 때 잔혹하게 진압한 일제의 만행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했을 때 3·1운동은 일제의 압제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온 민족이 목숨을 걸고 맞선 독립운동이었다는 사실이 부각될 것이다. 아울러 야만적인 일제의 진압으로 인해 조국의 독립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3·1운동이 우리 민족의 의지와 역량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는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3·1운동의 정신을 현재의 상황에 수렴하자는 것이 필자의 두 번째 의견이다. 주지하다시피 3·1운동을 계기로 해서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 상하이에 수립되었다. 준비론과 외교론을 위주로 하는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방향에 대해 투쟁론을 견지하는 단재 신채호의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역사적인 기원이 다. 결국 3·1운동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의 수립에 토대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3·1운동 정신은 4·19혁명, 광주민주화 운동, 6월 항쟁, 그리고 촛불항쟁으로 이어져 왔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는 거울로서 3·1운동 정신을 계승할 필요가 있는데, 친일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 폐지 운동이 그 한 예이다. 친일 문학상은 조상의 친일 행적을 지우려는 친일 후손 기득권자들의 의도와 문단 권력을 추구하는 문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시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친일 문인들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공과를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변명과 억지에 불과하다. 민족을 배반한 친일 문인들의 과실이 결코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역사 앞에서 어떠한 반성도 사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친일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의 제정 및 시행은 그 자체가 모순이면서 반역사적 행위인 것이다.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친일 문학상으로는 김동인 소설가를 기리는 동인문학상을 비롯해 김팔봉 평론가를 기리는 팔봉비평문학상, 서정주 시인을 기리는 미당문학상(잠정적 중단) 등이 있다. 노천명, 모윤숙, 유진오, 유치진, 이무영, 이헌구, 조연현, 채만식, 이광수, 최남선(육당학술상) 등을 기리는 친일 문학상도 있다. 이와 같은 문학상을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3·1운동의 정신을 살려 역사 정의를 제대로 실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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