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창밖으로
눈은 눈을 덮고 있었다

첫눈이 온다고 하자
우리는 첫눈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처음 본 눈이 기억나니
기억나지 않는 처음들을 세어보는데

우리는 누구의 전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공손을 배워야겠다

첫눈은 첫눈이라고 그는 다시 말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얘기 처음이 아닌 것 같아
우리가 언제 만났더라

창밖으로 방금 지나쳐간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무섭게 사랑해야 할 것만 같았다





<감상> 첫사랑, 첫눈, 첫 키스가 기억나지 않은 처음이었군요. 현세가 아닌 전생에 이미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현세의 처지를 이해하려면 전생을 보라 하지 않습니까. 하여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처음은 아니므로 공손을 배워야 합니다. 첫눈을 처음이라고 말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은 전생에서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므로 무섭게 사랑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그냥 스쳐간 시절 인연은 후생에서 다시 만나질까요.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