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말화 시인
김말화 시인의 첫 시집 ‘차차차 꽃잎들’(도서출판 애지)은 쓸쓸한 시공간을 섬세하고 개성 있는 감성으로 불러내 충만과 탄생의 공간으로 치환한다. 소멸 쪽으로 기우는 시간과 녹슨 추억을 닦아 허공에 내거는 시

적 주체들은 언제나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와 있는 오늘과 새로울 것 없는 내일의 세계로 허밍허밍, 차차차, 걸어간다.

모두 57편으로 구성된 시집은 주로 상실과 슬픔을 노래하는 밤의 서정들로 이뤄져 있다.

‘보름달 증후군’에서는 ‘라, 라 붉은 루주를’ 바르고 외출해 반짝이는 반지와 귀고리를 훔치고 별과 어둠을 훔치는 화자가 나오고, ‘밤의 카페’에서는 ‘상처를 할퀴는 건 이별이 아니라 얼음 같은 그대의 키스에요’ 라고 말하는 무희가 등장하고, ‘달맞이꽃’에서는 ‘밤마다 등에 별을 박고 짐승처럼’ 우는 화자가 있다. 한숨과 회한의 시어들 사이로 낯선 이미지들을 충돌시켜 상실과 슬픔을 빗질하는 시선이 새롭다.

차차차 꽃잎들
표제는 시 ‘벚나무 집에 갇히다’에서 따왔는데, 연분홍 벚꽃잎이 꽃 비로 내리는 풍경을 차차차 스텝으로 바라본 시선도 인상적이다. 이처럼 붉은 시간을 노래하는 시인의 화법은 절묘한 리듬을 거느리고 있어 마치 육성을 듣는 듯 생생하다.

해설을 쓴 이병철 평론가는 김말화의 시 세계를 ‘사막에 내리는 천 개의 달빛’으로 요약하며 “과거를 향해 보내는 가장 아름답고 곡진한 작별인사”라고. “뼈아픈 자기진단을 통해 타자와의 합일에 이르고 있다”고 말한다.

늦은 나이에 시 공부를 시작했고 더 단단해지기 위해 하늘을 보는 버릇이 있다는 김말화 시인은 ‘우포늪’에서 ‘늪은, 늪의 탯줄을 따라 새로 태어나고 있다’고 밝혔듯 우리 생의 쓸쓸하고 아픈 시간을 잘 달여 ‘시, 시집’이라는 좋은 그늘로 엮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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