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음악 전문 방송 채널 엠넷이 예능 채널로 일약 변신하게 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영국의 ‘브리티시 갓 탤런트’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폴 포츠가 객원 심사위원 자격으로 지역 예선에 참가하기도 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다. ‘슈퍼스타 K’는 화려한 심사위원진으로도 유명했지만 생방송 중 전화 투표와 사전 인터넷 투표를 통해 전 국민이 심사위원이 돼 슈퍼스타를 직접 뽑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슈퍼스타 K’는 초기 3%의 시청률이던 것이 4회차 방송에서는 7.7%의 시청률을 기록해 케이블방송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2%면 ‘대박’으로 치던 케이블에서 지상파를 능가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의 8개 도시를 돌며 모두 71만3503명의 지원자를 심사해 ‘슈퍼스타’를 발굴해 냈다.

이런 ‘슈퍼스타 K’ 방식의 정치 오디션이 여의도에서 펼쳐졌다.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 선발을 위해 10일부터 사흘간 공개 오디션을 한 것이다. 슈퍼스타 K 흥행에는 못 미치지만 공개 오디션이 실시 된 15곳의 지원자가 36명이었다. 이들 가운데는 전·현직 의원이 8명이었지만 최종 선발된 사람은 대구 동갑의 류성걸 전 의원과 경남의 조해진 전 의원 등 단 2명 뿐 이었다. 3선 의원 출신인 권영세(서울 용산구) 전 주중대사까지도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공개 오디션에서 여성과 청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선발 대상 15곳 중 9곳에 여성 또는 정치 신인이라 할 수 있는 30·40대가 뽑혔다. “저는 정치 인턴입니다. 국회에서도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이런 인턴인 제가 사하 갑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자유한국당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션에서 부산 사하갑 조직위원장으로 뽑힌 김소정 씨의 소감이다.

자유한국당이 ‘슈퍼스타 K’식 정치 오디션으로 괴멸된 보수 정치를 재건할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했다. 한국 정치의 변화를 위해 ‘슈퍼스타 K’식 정치 오디션이 한국당은 물론 다른 당에도 확산 되기를 바란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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