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설치·유지비 부담에 꺼려…정부·지자체 차원 지원이 절실

전국적으로 가스중독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응급치료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환자의 생명이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11시 20분께 의성군 사곡면의 개인 황토방에서 주인 A(49)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별다른 외상없이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 있었고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할 수 없는 점에 미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1일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의 한 농가에서도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B(65·여)씨가 숨지고 그녀의 남편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B씨 부부는 소죽을 끓이는 아궁이가 딸린 별채에서 잠을 자던 중 갈라진 바닥에서 스며든 가스에 의해 변을 당했다.

가스중독자는 약 2시간 특수 탱크에서 100% 농도의 산소를 일반 공기압보다 2∼5배 높은 고압으로 들이마시게 하는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치료된다.

그러나 경북과 대구지역 일산화탄소 중독 등을 치료에 필수적인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병원은 대구·안동의 2곳 뿐.

전국적으로도 26곳에 불과해 화목·연탄 보일러의 사용이 많은 농촌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시 제때 조치를 내리기 힘든 실정이다.

울주군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B씨의 남편 또한 산소치료기가 마련된 안동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2017년 사이 보일러 및 가스 누출 사고는 23건으로 14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쳤다.

이들 중 74%(17건)는 유해가스 중독 사고였고, 전체 사상자 중 1명을 제외한 38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설치·유지비 대비 부족한 수가 구조가 고압산소치료실 품귀 현상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고압의학회에 따르면 1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설치하려면 2억원, 10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은 1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또 병원 측에서는 인건비와 유지비도 연간 2억원에 달하지만, 환자 1인당 수가는 10만원 대에 머물러 수익을 내기 어려워 도입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고압산소치료시설을 보편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압의학회 관계자는 “경영에 영향받는 개별 의료기관에 문제를 맡겨둔다면 고압산소치료실 부족과 지역별 수급 불균형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별 주요 응급센터에 고압산소치료시설을 보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진, 류희진 기자
이창진 기자 cjlee@kyongbuk.co.kr

청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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