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추위 "마땅한 후보 없다" 판단…김태오 회장 겸직 공식화
이사회, 15일 안건 논의…임추위는 반대해 '진통 예고'

DGB금융이‘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을 공식화하면서 당분간 후유증을 앓을 전망이다.

‘지주 회장-은행장 겸직’을 놓고 찬성하는 DGB금융지주와 반대하는 대구은행 간의 주장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11일 오후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이하‘자추위’)가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자추위는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 겸직체제로 간다”고 결의했다.

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현재 경영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습함으로써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안정과 통합,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김 회장 겸직이 최선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6∼8명의 역량과 자질을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며 “합리적 인재육성체계를 마련해 대내외에서 존경받을 만한 차기 은행장을 육성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DGB금융지주는 ‘자추위’이름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임 발표에 이어 대구은행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은행장 후보 추천 과정과 결과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자추위는 담화문을 통해 “저희 이사회 역시 겸직체제의 분리를 기본원칙으로 은행장 선발작업을 해왔기에 또다시 지주회장과 은행장 겸직이라는 결정은 큰 부담이고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하지만, 은행장 공백 상태의 지속 혹은 직무대행 체제하 에서의 체제분리는 의사결정의 혼란과 불필요한 자원의 소모 등으로 인해 그 어떤 것도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대구은행은 주주와 임직원들의 기업이지만, 지역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대구의 자존심이자 지역민의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구은행이 향후 100년 은행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조직의 혁신을 통한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립해주시길 당부한다”고 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오는 15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이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은행 임추위가 이미 김 회장 겸직에 반대 의사를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대구은행장 선임은 금융지주 자추위 추천과 은행 임추위 추천, 은행 이사회의 주주총회 상정 절차를 거친다.

은행 이사회는 김 회장 겸직을 ‘장기집권’ 시도라고 보고 있어 임추위가 김 회장을 추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금융지주 측이 최고경영자(CEO)에 집중한 권한을 분산해 비리를 차단한다는 원칙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이에 대비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주주총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은행 주식 100%를 가진 유일한 주주로서 “은행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 간 갈등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박무환 기자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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