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는 맹수가 달려들면 맞서 싸우기 보다 머리를 덤불 속에 파묻는다. 꼬리를 미처 숨기지 못해 쩔쩔매다 맹수에 잡아먹히고 만다. 타조의 이러한 습성에서 진실을 밝히지 않고 숨기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다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사자성어가 생겼다. 봄 꿩이 스스로 울음소리를 내 자기가 숨은 곳을 알려 사냥꾼들에게 잡혀 죽는다는 뜻의 ‘춘치자명(春雉自鳴)’이란 성어도 있다. 묻지 않은 말을 스스로 털어놓아 화를 자초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엄이도령(掩耳盜鈴)’이란 말이 있다. 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쳐간다는 고사성어다. 모든 사람들이 그 잘못을 다 아는데 얕은 수를 써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효과가 없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로 회자된다.

소동파가 쓴 글에 ‘오적어설(烏賊魚設)’ 이야기가 있다. ‘오적어’는 오징어의 한자 이름이다. 바다에서 놀고 있는 오징어에게 상어가 다가오자 오징어 특유의 방어술인 먹물을 내뿜어 연막작전을 폈다. 눈앞이 캄캄해진 상어는 오징어 추격을 포기했다. 다음날 오징어는 큰 고기의 습격을 예방하기 위해 자기 주변에 먹물을 시커멓게 뿜어 놓았다. 때마침 하늘을 배회하던 바다새가 시커먼 먹물을 보고 잽싸게 내려와 오징어를 채갔다. 오징어는 먹물이 자신을 엄호한다는 것만 알았지 그것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나게 하는 줄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어떤 일이든 감추려고 하면 결국 드러나 화를 자초하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우화다.

끓는 주전자의 뚜껑을 암만 눌러도 열리게 마련이다. 진실의 실체는 바윗덩어리에 짓눌려 있던 풀씨처럼 언젠가는 겹겹이 짓눌린 지표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다. 아무리 철통같이 틀어 막았던 암흑시대의 진실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밝혀져 장본인들이 역사의 심판을 받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진실이 지하에 묻히면 자란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한다.” 프랑스 문호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에서의 말이다. 공익제보자들이 폭로한 진실을 아무리 틀어막아도 언젠간 드러나게 돼 있는 ‘장두노미’이고 ‘춘치자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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