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호텔 화재 사망자…평소 성실하고 의협심 강한 성격

충남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로 숨진 호텔직원 김모(53·전기관리팀장)씨는 입사 20여일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14일 호텔에서 일하다 검은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119 소방서에 최초로 화재신고를 한 목격자다.

15일 호텔 시설팀 직원 등에 따르면 김씨가 지하주차장 입구 천장 쪽에서 불이 나는 걸 보고 소방서에 신고한 뒤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치면서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러 다녔다고 한다.

불길은 순식간에 지하 1층에서 지상층으로 번졌고, 지하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김씨는 미쳐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호텔 관계자는 “김씨가 자기를 희생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더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김씨가 가스·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주변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호텔이 경영난으로 시설과장 등이 그만두고 떠났지만, 힘들 때 입사해 궂은일을 도맡아 왔으며, 월급도 한번 못 받아보고 변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화재현장에서 만난 김씨의 한 지인은 “평소 김씨가 의협심이 강해 절대로 혼자 살겠다고 먼저 빠져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화를 받지 않고 있어 걱정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이후 김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건물 밖으로 실려 나오자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전 김씨가 안치된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 장례식장을 찾아갔으나 유족들은 빈소도 마련하지 못한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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