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 풍어의 바닷가 인심이 이렇다. 동해안 항구마다 잡아 온 아귀 손질로 바쁘다. 바닷가 마을 곳곳에는 햇빛에 말리는 아귀들이 바지랑줄에 내걸려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예전에는 뱃사람들이 그물에 걸린 아귀는 ‘돈 안된다’며 잡자마자 뱃전 너머 바다로 다시 던져버렸다. 이 때문에 아귀를 ‘물텀벙’이라 부르기도 했다.
아귀는 입이 바소쿠리처럼 떡 벌어졌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튀어나와 있어서 입가에 붙어 있는 굵고 뾰족한 이빨이 빗 모양으로 드러나 보인다.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한 번 물면 절대 놓아주지 않고 통째 삼킨다. 그래서 가끔은 아귀 뱃속에 아귀보다 더 비싼 생선이 들어 있어서 횡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도랑치고 가재 잡고’와 같은 뜻의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라는 속담도 있다.
아귀는 자기 몸 3분의 1 크기의 먹이를 한꺼번에 삼키는 대식가다. 이 때문에 ‘아귀’라는 이름을 얻었다. ‘아귀’는 불교에서 생전에 욕심이 많고 인색한 사람이 죽어서 된다는 귀신이다. 사람이 죽으면 분류돼 여섯 세상으로 가게 되는데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이 그것이다. 지옥의 바로 위 단계지만 역시 ‘아귀지옥’이다. 아귀는 배는 산만큼 큰데 목구멍은 바늘구멍만 해서 늘 배고픔의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동해안에는 ‘아귀 인심’이 후해서 뱃사람들이 죽어서 아귀 지옥에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늘 저녁은 아귀로 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