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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연구위원
우리 경제는 세계 경기가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1997년 이후 최고 수준의 불황의 문턱에 서 있다. 지금의 경제 상황은 정책실패의 원인으로 보기보다는 우리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경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는 반드시 혁신을 해야 하는 변곡점에 도달해 있다. 이것은 결국 사이클이 긴 장기순환의 하강국면에 진입하려는 지점에 도달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 그동안 국가 경제의 허브 역할을 했던 경북·대구지역 경제도 어느 때보다 좋지 못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주력 제조업의 생산이 줄어들고 서민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서비스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이 늘어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던 경북지역 경제 상황도 구미지역 제조업을 시작으로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연관되어 있는 대구경제도 지역 소득이 감소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지역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대구 1.7%, 경북은 1.1%의 낮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는 전산업의 고용창출 효과 약화, 자동차부품, 섬유 등 주력 제조업 생산 감소, 건설경기 위축 등이 예상되며, 경기 위축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도 줄고 도소매업과 음식점 등의 소비부문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경북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의 소재와 중간재 생산업종이 집중되어 있어 경남, 부산, 울산 등의 완제품 제조업 부진과 맞물려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소득 양극화이다. 최저임금 인상, 소비부진 등으로 슈퍼마켓, 음식점 등의 골목상권 등의 매출이 감소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비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의 증가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즉, 비상근직 또는 임시직 근로자와 서민층 수요가 많은 영세 소상공인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지역별, 업종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생산과 수출 감소로 인해 연관업종인 운수, 금융, 보험 등도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지역은 매년 높은 국제수지 흑자를 내면서 국내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수출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가하락과 해외진출 기업으로 인해 교역금액은 약간 증가하거나 대외여건에 따라 감소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임금과 소비의 근간이 되는 고용은 지난해와 유사한 58.1%(대구), 61.9%(경북) 수준의 고용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경기침체와 고용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책 여파도 다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업률도 대구는 4.5%, 경북은 4.1%로 전망되지만, 수출입 등 국내외 경제여건과 소비와 투자 등 실물시장 회복이 따라준다면 0.3~0.6%p 정도 감소할 수도 있다. 주택시장을 보면, 대구 주택가격은 급격한 가격하락을 보일 가능성은 낮지만 거래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구미, 포항, 경주, 안동 등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고 경산지역은 지역별, 단지별로 미세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지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지만 유가, 공산품 등의 물가가 안정되어 가계에 부담을 줄만큼의 물가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경제적 약자를 보전하고 경제성장 동력인 기업에게는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정책지원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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