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서 배심원 3명 사형, 4명은 무기징역 의견
재판부 "천벌받아 마땅한 사형 선고에는 해당하지 않아"

▲ 엽총을 쏴 공무원 2명을 숨지게 하고 주민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김모(78)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경북 봉화군에서 엽총을 쏴서 공무원 2명을 숨지게 한 70대에게 법원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78)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이같이 판결했다. 검찰은 “매우 치밀하게 계획한 피고인의 범행에 정당한 동기가 없고, 행위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유도 없이 목숨을 빼앗긴 공무원 2명의 유족 명예를 위해서라도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은 스님 A씨에 대한 고발과 민원을 경찰관 등이 외면했다고 원망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민족의 원수를 사살해 영웅이 된 안중근 의사와 같이 망해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범행했다”며 “30명 정도는 죽여야 사회적 이슈가 돼서 내가 하고 하고 싶은 말 다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왜 공무원 2명을 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소천면사무소에서 5명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2명을 우선 쐈다. 남자들만 물색했다가 더는 안 보여 2명에 그쳤다”고 털어놨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 7명의 배심원 중 3명은 사형, 4은 무기징역형의 양형 의견을 냈다.

스스로 사형 존치론자라고 밝힌 손현찬 부장판사는 “악성이 하늘을 찔러 능히 처벌받아 마땅한 사람이 받아야 할 형벌이 사형인데,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할지는 선뜻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로 황당한 이유로 범행동기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웃과 소통 부재, 피해의식, 과대망상 등 피고인의 상황과 고령인 점, 범행을 자백하는 점, 교화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누구라도 사형을 인정할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2014년 11월 경북 봉화군에 홀로 귀농한 김씨는 이웃과 공동 물탱크에 지하수를 받아서 식수로 사용했는데, 2016년 11월께 인근 사찰 스님 A씨 주도로 수압을 높일 수 있도록 이웃집과 같이 쓰던 배관에 모터 펌프를 설치한 이후 자신에게 공사비와 전기세 등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다툼을 벌였다. 2017년 4월에도 A씨와 심한 욕설을 하며 싸우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그해 7월 19일에는 소천파출소에 스님 A씨(48)가 일부러 개를 자신의 집에 풀어 놓아서 골탕먹인다는 민원을 제기했다가 거절당했다.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 파출소와 면사무소 공무원들에 대한 악감정을 품었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돈만 받아 나라를 좀먹는 좀 벌레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는 A씨 등을 살해하기 위한 준비로 지난해 5월 수렵면허시험에 합격한 뒤 7월 20일에는 엽총 소지허가증을 받았고, 7월 25일에는 엽총 1정과 실탄 100발을 구매한 뒤 사격 연습까지 했다. 그리고는 실행에 옮겼다.

김씨는 8월 21일 오전 7시 50분께 소천파출소에서 보관 중이던 엽총을 출고한 뒤 자신의 승용차로 사찰로 찾아가 A씨의 몸통을 겨냥해 1발을 쏜 뒤 도망가는 A씨를 향해 엽총을 2발 더 쏴 분쇄 골절 등의 상해를 입혔다. 그는 엽총 재장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가스총과 더불어 범행 후 극단적인 선택을 위해 흉기와 못이 박힌 나무막대기까지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28분께 소천면사무소에 엽총을 들고 들어가 민원행정계장 B씨(47)와 민원행정담당 C씨(37)의 가슴을 각각 1차례씩 쏴 숨지게 했고, 면장과 부면장, 주민복지계장을 향해서도 엽총을 난사하려다 민원인에게 제압당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물탱크 배관 모터 펌프 공사를 한 업자와 소천파출소장 등 6명을 살해할 것을 예비한 혐의도 받았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