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길로 돌아갈까 하다가
우연히 네 뒤를 밟고 말았다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받쳐 입고
연뿌리 같은 종아리를 드러낸 채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걷고 있는 너는
네 발목이 예쁜 걸 아니,
적산가옥 늙은 백목련
담 밖으로 꽃잎 툭툭 떨굴 때
모르는 네 발목이 너무 슬퍼서
네 뒤를 밟으며
나는 또 울었다





<감상>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거나 미행하거나 간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오르는 네 발목이 너무 예뻐 보인다. 그런데 네 발목은 너무 가늘다. 아마 목련의 종아리도 가늘 것이다. 모르는 네 발목이 가늘어서 정말 슬픈 것일까? 마음을 몰라주는 그대 때문에, 네 발목을 보는 내가 슬픈 것일까? 꽃잎마저 떨어지는 봄날에, 그대가 가는 곳에 언제나 내가 서 있고, 늘 따라가고 싶어진다. 내 발목도 가늘어지니 나는 또 울 수밖에 없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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